젊은 거리에서 그때 그 시절의 추억

커피 한 잔에 불려 온 오래된 추억

by 멈춤의 일기장

하릴없이 도시의 거리를 걷는다.

지하도를 내려가 보니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해

어느새 노인들의 작은 안식처가 되어 있다.

젊은 사람들은 여전히 지상을 오르내리며

먹을거리와 입을 거리, 갖가지 물건들을 끊임없이 소비하고 다닌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다.

피자를 먹고, 커피를 마시고,

달달한 간식에 오후의 시간을 맡겨본다.

커피 향기에 허전했던 마음이 천천히 차오른다.

한 모금만 더 마시면

어디선가 아름다운 추억 하나쯤 떠오를 것 같은 기세로

그렇게 커피에 잠시 취해 버린다.


문득 남편과 연애하던 시절을 떠올려 볼까 한다.

너무 까마득해서인지 생각이 또렷하게 나질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커피와는 전혀 상관없는 만화방의 기억이 먼저 떠오른다.


이십 대 초반,

주머니는 늘 가벼웠고

도시였지만 대학 앞 거리라

젊다기보다는 아직 어린 학생들로 가득했던 곳.

누구나 싸고 양 많은 음식을 찾아다니던 시절이었다.


남편이나 나나 자라온 환경이 그리 유복하지는 못해

늘 고만고만했지만,

둘 다 만화를 좋아해

만나기만 하면 만화방에 자주 들렀다.

만화를 보다 그곳에서 끓여주는 라면으로 배를 채우고,

달달한 믹스커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조금 여유가 있는 날에는

짜장면을 시켜 기분과 허기를 함께 달랬다.


그 라면과 짜장면의 맛을 어디에 비교할 수 있을까

세상의 그 어떤 맛이 그 시절의 맛을 따가 갈 수 있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소박했지만, 그만큼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젊다는 이유만으로

겁날 것도, 크게 걱정할 것도 없던 시절.

그렇게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두 아이를 잘 키워냈다는 사실이 새삼 고맙게 느껴진다.


이제 그 거리에 가도

옛 모습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

높은 빌딩과 아파트가 들어섰고,

그렇게 맛있던 만화방의 라면도 짜장면도 사라져 버렸다.


그래도 그 시절의 기억은 남아 있다.

서로에게 화가 나는 일이 생겨 다투다가도

“그때 그렇게 사랑했었지, 참 행복했었지”

그 생각 하나로 마음이 풀릴 때가 있다.


그 사랑과 행복을 훼손하고 싶지 않은 걸까.

아니면, 그때의 시간을

마음속에서라도 다시 살아보고 싶은 걸까.


더 나이가 들면

둘이 손을 맞잡고

옛날 그 거리를 다시 걸어보고 싶다.

비록 그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어도,

마음만은 여전히 그때에 머물러 있다는 걸 알기에

오늘도 이렇게 젊은 거리를 걸으며

조용히 추억에 잠겨 본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