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먹고 잘 버티는 하루의 시작

잘 먹는 일이 가장 먼저였다

by 멈춤의 일기장

아침으로 김치찌개를 끓이기로 했다.
고기도 두부도 사놓은 것이 없어 아침부터 재료를 사러 나가려고 현관문을 열었다.
깜짝 놀랐다. 마치 냉동고 문을 열어 둔 줄 알았다.
어제부터 추워지나 싶더니, 오늘은 북극이 여기로 내려온 것 같다.
롱패딩에 마스크까지 챙겼지만, 추운 공기는 좀처럼 가려지지 않았다.


남편은 참치 김치찌개를 좋아하고, 아들은 삼겹살이 들어간 김치찌개를 좋아한다.
그래서 우리 집에서는 자연스럽게 참치 김치찌개를 자주 끓이게 된다.
먼저 참치 기름으로 김치를 볶고, 그 위에 삼겹살을 넣어 함께 익힌다.
사골 육수를 붓고 한참 끓이다가 두부를 넣고 보글보글 끓어오르면
찬물을 한 바퀴 두르고 다시 끓인다.
또 끓어오르면 찬물을 한 바퀴 더 두르고, 다시 끓어오를 즈음
참치와 파를 넣어 마무리한다.


그리고 마지막 관문이 남아 있다.
아들을 불러 간을 보게 하는 일이다.
우리 집에서 가장 목소리가 큰 아들의 “오케이” 사인이 떨어져야
비로소 김치찌개는 완성된다.


간 보는 것을 가르친 적도 없는데,
혼자 대학 3년을 자취하더니 음식 간 보는 실력만큼은
이제 제법 수준급이 되어 돌아왔다.
대학 1학년 때는 코로나로 집에서 인강을 들었고,
다행히 2학년부터는 정상적인 대학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이렇게 추운 아침에 뜨끈하고 얼큰한 김치찌개 한 그릇을 먹고 나니
배가 부른 것뿐만 아니라 영혼까지 가득 찬 느낌이었다.
어디선가 들은 말이 떠올랐다.
자살하려는 사람에게는 무조건 밥부터 사주라는 말.
정말 기가 막힌 한 수라는 생각이 든다.
먹어야 살고, 결국 다 먹고살려고 하는 일 아니던가.

밥이 보약이라는 말도 그렇게 나온 말이 아닌가 싶다.


나도 그렇고, 모두가
잘 먹고 잘 살았으면 좋겠다.
욕심을 내지 않아도 좋으니
그저 하루하루 잘 먹고, 잘 버텨내는 날들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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