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한마리 칼국수
일요일 저녁, 내가 닭 한 마리 칼국수를 해보기로 했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나만의 요리를 준비할 생각에 괜히 마음이 들떴다. 재료를 사러 롯데슈퍼로 향했지만, 문이 닫혀 있었다. 순간 난감했지만, 다행히 아버지와 자주 들렀던 이름 없는 작은 마트가 떠올랐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익숙한 분위기가 나를 반겼다.
닭고기는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아 할인하는 것으로 골랐다. 대파는 냉장고에서 썩어가는 것들을 오늘 손질해 냉동실에 얼려 두었기에, 또 남아 상해갈 것을 대비해 손질된 것으로 사기로 했다. 조금 비싸지만, 남길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쪽이 훨씬 낫다. 남은 대파는 반으로 잘라 신문지에 싸서 냉장고 야채 칸에 넣으면 더 오래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을 것이다. 감자와 생칼국수도 챙기고, 딸내미가 주문한 주전부리까지 골랐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늘 저녁의 분위기를 살려줄 포천 알밤 막걸리 한 병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오로지 해물전집에서 비싸게 팔던 기억 하나만으로 선택한 막걸리지만, 오늘은 딱 맞는 한 잔이 될 것 같았다.
장을 보고 집에 돌아오니 4시 반이었다. 우리 집의 저녁 시간은 보통 7시 반에서 8시 사이. 아직 여유가 있으니 미리 재료를 손질하기로 했다.
대파 한 개는 어슷 썰기로 잘라 쟁반 한쪽에 모아 두고, 남은 대파는 반으로 잘라 신문지에 싸서 냉장실 야채 칸에 넣었다. 우리 집은 신문을 구독하지 않지만, 외할아버지가 딸아이에게 읽어보라며 좋은 논설과 글들을 스크랩해서 보내주신다. 물론, 한비는 거의 읽지 않지만, 그래도 그 덕분에 이렇게 신문지가 유용하게 쓰인다.
양파도 썰어 두고, 감자도 썰어 두고, 이제 마늘 차례다.
어렸을 때, 마늘은 냉동 보관하는 식품이 아니었다. 냉장고도 귀했던 시절이었고, 하물며 작은 냉장고 안에서 마늘이 차지할 자리는 없었다. 그래서 마늘은 항상 껍질째 부엌 한구석이나 찬장 속에 보관되었다. 우리 음식에 마늘이 빠지는 법이 없었으니, 끼니때마다 마늘을 까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 시절 우리 어머니의 손에서는 늘 마늘 냄새가 났다. 손끝이 갈라진 틈새로 마늘 진이 스며들어 어머니의 향이 되었다.
그 시절, 누나들과 함께 부엌 일을 거들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김에 기름을 바르고 소금을 뿌리는 게 아니라 마늘을 까는 것이었다. 마늘을 한 움큼 쥐고 껍질을 벗기는 손끝이 바쁘게 움직였다. 시간이 지나 손이 얼얼해질 때쯤이면, 부엌은 온통 마늘 향으로 가득 찼다.
마늘을 다 까놓고 나도 모르게 손을 코끝에 가져가 본다. 익숙한 향이 코를 스친다. 아주 어릴 적, 감기에 걸려 코가 막혔을 때 어머니가 억세게 내 코를 잡아 풀어 주던 기억이 떠오른다. 시원하게 뚫리며 스며들던 마늘 향. 그건 단순한 향이 아니었다. 어머니의 향이었다.
오늘 저녁, 닭 한 마리 칼국수를 끓이며 그 향을 다시 느껴야겠다. 부드러운 국물에 푹 담긴 닭고기, 쫄깃한 칼국수 면발, 그리고 그 위에 살포시 얹은 대파까지. 한 숟갈 떠먹을 때마다 따뜻한 기억들이 함께할 것이다. 그리고 알밤 막걸리 한 잔. 엄마의 향기를 곁들여 마시는, 그리움이 깃든 취기와 함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