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됨이란 _______이다. [No.2]
_부모됨 시리즈] 책임감과 부담감.편
#2. 부모됨이란 아이가 홀로 설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midjourney_anna 2023. 9.24
“내가 살아온 얘기? 소설로 100권도 써~!”
그렇다.
우리의 인생은 한편의 소설이고, 영화이고, 연극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소설, 영화, 연극의 ‘감독’이자 ‘주연’이다.
각자의 인생이고, 각자의 연극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가 홀로설 수 있게 하는 것’은
다시 말해
아이가 자신의 인생 연극에 오롯이 ‘감독’이자 ‘주연 배우’가 되는 것을 말한다.
부모는 부모 각자의 인생을 살고, 아이는 아이의 인생을 산다.
그렇게 해야 맞다.
많은 부모들이 착각하는 것이 바로 이 지점이다.
부모로서, 찬란한 내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
부모는 부족해 보이는 내 아이 대신
부모 자신이 ‘아이의’ 인생 연극에서 감독을 맡아 버린다.
그래서
아이는 자신의 인생 연극에서
부모의 디렉팅에 따라 그 연극에서 주연 배우만 맡는다.
부모의 마음에, 귀한 내 아이가
힘들까봐, 실수할까봐, 상처를 받을까봐, 실패할까봐,
내가 차려준 밥상에 숟가락만 얹게 하는 것.
이것은 아이의 인생 연극일까? 아니면 부모인 나의 인생 연극일까?
부모가 아이의 인생 연극에 감독이 된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더 이상 아이의 인생 연극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의 인생 연극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이 스스로 감독과 주연을 할 수 있는 자신의 인생 연극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다만 아이는,
부모가 감독이고 자신이 주연 배우인 자신의 인생 연극과
부모가 감독이자 주연 배우인 부모의 인생 연극에 조연으로 출연하는,
시키는 대로 연기만 하는 연극 두 편의 겹치기 배우로 전락할 뿐이다.
아이가 홀로 설수 있게 해준다는 것은
아이에게 본인의 인생 연극에서 ‘감독’과 ‘주연배우’를 동시에 하도록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쓰고 행할 수 있도록,
부모가 그 ‘판’을 깔아준다는 의미이다.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결정해서
무엇을 어떻게 할지 결정하고,
그 결정대로 실행하는 것.
설사 그 생각과 판단과 결정이
부모인 내가 보기에 어설프거나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하더라도
감독인 아이의 결정을 믿고
그냥 지켜보는 것. 그것뿐이다.
아이가 어릴 때는 그 과정에서 위험해 보이는 어떤 것들은
미리 살짝 치워주는 센스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어린 아이가 젓가락으로 구멍을 쑤시는 재미가 생겼다면
부모가 콘센트를 미리 막아놓는 다던가, 쇠 젓가락 대신 나무나 플라스틱 젓가락으로 대체해 주는 정도.
아이 근처에 뜨거운 냄비 손잡이가 바깥쪽을 향해 있다면
아이가 눈치 채지 않게 살짝 손잡이를 가스레인지 안쪽으로 돌려놓는 정도.
아이가 조금 커서 친구들 때문에 힘들어하면
무조건 떼어놓을 것이 아니라 그 친구에 대한 아이의 설명을 들어보고
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인간 군상에 대해 설명을 해주고
아이로 하여금 그 친구와 자신의 관계에 대해 생각을 하게 하는 정도.
부모는,
아이의 인생 연극에서 감독이 되면 안 된다.
내 아이가 자신의 인생 연극에서 감독이자 주연배우가 되어
행복하고 즐겁고 성공적인 연극을 완성할 수 있도록
옆에서 ‘조언’과 ‘도움’을 주는 존재여야 한다.
부모는 아이를 대하는 매 순간,
내가 지금 아이에게 하는 행동이
아이의 인생 연극에 있어서 ‘감독’ 노릇인지 아니면 ‘조언을 해주는 조력자’ 역할인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지금 당신은
한 아이의 부모로서
당신 아이의 인생 연극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가?
* 본 '부모됨은 ____이다.' 시리즈는 2020년 12월 발행된 학술지 『 영아기 첫아이를 양육하는 어머니의 부모됨 인식에 대한 개념도 연구_열린부모교육연구 14-4-7(심위현,주영아) 』 를 모티브로 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도출된 참여자들과의 인터뷰로 다듬어진 '부모됨에 대한 88개의 새로운 정의들(최종진술문)'을 인용해, 심리상담과 부모교육 현장에서 느낀 나의 인사이트들을 정리해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