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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어문 Aug 13. 2022

헤어지는 이유

사랑을 끝내는 이유

사랑하지 않아서 헤어질 수도 있다. 더 이상 내 심장이 그 사람의 목소리에 혹은 미소에 혹은 근심에 반응하지 않아서.


그런데... 사랑하던 사람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는 건 어떤 감정일까?


'유미의 세포들'에서 유미는 다시 만난 바비와 이별한다. 공교롭게 두 번의 이별에 '나은'이 있다. 어쩌면 은을 통해 자신들의 마음을 들여다보았기 때문일지 모른다.


처음 이별을 결심한 유미는 '은을 바라보고 있는 바비'를 보면서 두 사람의 사랑이 흔들리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질투 때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의 사랑이 변했다는 것, 다른 사람의 존재만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유미가 헤어지고 싶은 이유 아니었을까.


두 번째 이별을 결심하게 된 유미는 담담했다. 우연히 하필 걸려온 은의 전화에 유미는 자신이 더 이상 바비를 사랑하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그런 자신을 알면서 평생의 동반자로 함께 하자는 바비와의 약속을 지킬 수는 없었을 것이다. 왜 은의 번호가 아직 저장되어 있냐는 추궁을 할 마음보다, 왜 자신의 마음이 담담한가... 에 대한 씁쓸함이 컸기 때문이다.


감정도 습관이다. 변화를 알지만 때론 모른 척 둘 때가 많다. 싫지 않으면 되지 굳이 설레어야 하나. 참으면 되지 굳이 말해야 하나. 그때부터인 것 같다. 작은 먼지가 쌓여 누전이 되는 것처럼, 마음에도 감정의 앙금들이 쌓다. 차단기가 내려가면 그제야 알게 된다. 더 이상 모른 척할 수 없음을.


좋은 사람을 만나면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외롭게 하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영우를 보면서 사랑의 또 다른 얼굴을 보게 되었다. 어쩌면 내가 믿고 있는 사랑은 이기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


주기만 해도 좋은 사랑을 한 적이 있다. 일방적인 이별 통보를  받고 한동안 남은 감정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몰라서 길 잃은 어린아이가 된 것 같았다. 나쁜 놈이라고 욕 한 번 했을 법도 한데 그 짧은 만남으로 내가 느낀 설렘과 행복이 너무 커서 미워할 수 없었다. 태어나 딱 한 번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고 자기 위안을 했던 것 같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사랑은 어렵다. 상처받는 게 두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음의 절반은 늘 감추어 둔다. 좋다고 다 내어주는 것이 무섭다.


'영우'라는 사람이 그저 좋은 준호와

그런 '준호'를 외롭게 만들까 두려워하는 영우의 사랑은, 잊고 있던 사랑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게 한다. 시소처럼 어느 한 사람의 무게에 치우쳐서는 떨어지고 마는 사랑. 그래서 사랑은 어렵다. 마음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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