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수업에 지원 업무를 하면서 다양한 아이들을 많이 보게 된다. 아직 어려서 악의는 없지만, 보통의 수준보다 이기적인 아이들도 가끔 있다. 아무리 수업이 중요해도 그냥 넘어가시지 않는 선생님을 보면서 그래도 이 아이는 이 선생님을 만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거, 다른 친구들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자신이 하고싶은 일을 하면 안된다는 거, 아직 어려서 모를 수 있다. 모르는 건 알려주고, 잘못된 것은 바르게 가르쳐주는 것이 어른들의 몫이다. 연진과 그 친구들에게 그런 어른이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어땠을까. 동은의 꿈도 세상도 증오도 연진이 되는 끔찍한 일은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동은은 소희의 학교폭력을 방관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그래서 다음 타깃이 자신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동은의 학교 폭력을 방관했던 수많은 아이들처럼 자신도 무언의 가해자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어른들이 방관하는 세상에서 아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담임선생님도 부모도 경찰도 사회도, 보호해주지 않는 곳에서, 아이들이 방관 말고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을까.
학교폭력은 학교 안에서 일어나는 폭력이 아니다. 이 사회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폭력의 아주 작은 일부를 담고 있을 뿐이다. 어른들이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는,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는 약한, 아름답지 못한 세상을 학교로 옮겨놓은 것 같다.
폭력의 이유에 대해 ,
범죄의 이유에 대해
온갖 서사들을 가져다 붙이는 것을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폭력에는 이유가 없다. 연진의 답처럼.
아무 일이 없으니까 하는 것이고,
그것이 이유이다.
그럴듯한 이유 같은 건 처음부터 없었다.
가해자들은 처음부터 비열했고,
피해자들은 안타깝게 그들의 타깃이 되었을 뿐이다.
아이가 자주 다니는 건널목에서 장우산을 휘두르는 할아버지가 있다.
대체 왜 그러는지 , 누구 하나 시비라도 걸어주기라도 바라는 건지,
궁금하지는 않지만 불편하고 위험해 보였다.
그 나이가 되어도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즐거우신 건지, 그분의 속내도 이유도 궁금하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아무에게나 그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아이와 여자, 즉 노약자에게만 그러시더라는 황당한 사실이었다. 남자에게는 절대로 그러지 않는다는 것.
최근 112 앱을 알게 되었다.
미리 신상정보 등록만 하면, 문자나 영상, 터치만으로도 신고가 가능하다. 112에 신고한 건은 반드시 현장 출동 후 처리가 된다.
살면서 112에 신고할 일 같은 건 없을 줄 알았는데 최근 불미스러운 일로 앱을 이용할 일이 있었다. 이용해보니신속하고 믿을만했다.
그분이 더 추해지시지 않게 도와드려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본인의 의지로 중단이 어려우시면, 도와가며 사는 게 인지상정 아닌가.
약자에게만 강한 척하는 폭력은 강자 앞에선 너무나 쉽게 꼬리를 내린다. 남자들에게는 감히 장우산을 휘두르지 못하는 그 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