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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어문 Jan 03. 2023

너희들은 날, 어떻게 알아보는 걸까?

The glory

너는 그래도 아무 일이 없고
나는 이래도 아무 일이 없으니까


나한테 왜 이러냐고 울부짖는 동은에게 연진은 대답한다.

네가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이라고.

맹수가 사냥감을 알아보듯이 폭력의 가해자들은 귀신같이 먹잇감을 알아본다.

과외 선생님께 아무렇지도 않게 속살을 보여 달라는 고등학생처럼,

고데기 열체크를 해달라며 맨살에 고데기를 지지며 즐거워하는 연진의 무리들처럼.


학교 수업에 지원 업무를 하면서 다양한 아이들을 많이 보게 된다. 아직 어려서 악의는 없지만, 보통의 수준보다 이기적인 아이들도 가끔 있다. 아무리 수업이 중요해도 그냥 넘어가시지 않는 선생님을 보면서 그래도 이 아이는 이 선생님을 만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거, 다른 친구들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자신이 하고싶은 일을 하면 안된다는 거, 아직 어려서 모를 수 있다. 모르는 건 알려주고, 잘못된 것은 바르게 가르쳐주는 것이 어른들의 몫이다. 연진과 그 친구들에게 그런 어른이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어땠을까. 동은의 꿈도 세상도 증오도 연진이 되는 끔찍한 일은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동은은 소희의 학교폭력을 방관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그래서 다음 타깃이 자신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동은의 학교 폭력을 방관했던 수많은 아이들처럼 자신도 무언의 가해자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어른들이 방관하는 세상에서 아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담임선생님도 부모도 경찰도 사회도, 보호해주지 않는 곳에서, 아이들이 방관 말고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을까.


학교폭력은 학교 안에서 일어나는 폭력이 아니다. 이 사회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폭력의 아주 작은 일부를 담고 있을 뿐이다. 어른들이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는,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는 약한, 아름답지 못한 세상을 학교로 옮겨놓은 것 같다.


폭력의 이유에 대해 ,

범죄의 이유에 대해

온갖 서사들을 가져다 붙이는 것을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폭력에는 이유가 없다. 연진의 답처럼.

아무 일이 없으니까 하는 것이고,

그것이 이유이다.

그럴듯한 이유 같은 건 처음부터 없었다.

가해자들은 처음부터 비열고,

피해자들은 안타깝게 그들의 타깃이 되었을 뿐이다.






아이가 자주 다니는 건널목에서 장우산을 휘두르는 할아버지가 있다.

대체 왜 그러는지 , 누구 하나 시비라도 걸어주기라도 바라는 건지,

궁금하지는 않지만 불편하고 위험해 보였다.

그 나이가 되어도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즐거우신 건지, 그분의 속내도 이유도 궁금하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아무에게나 그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아이와 여자, 즉 노약자에게만 그러시더라는 황당한 사실이었다. 남자에게는 절대로 그러지 않는다는 것.


최근 112 앱을 알게 되었다.

미리 신상정보 등록만 하면, 문자나 영상, 터치만으로도 신고가 가능하다. 112에 신고한 건은 반드시 현장 출동 후 처리가 된다.

살면서 112에 신고할 일 같은 건 없을 줄 알았는데 최근 불미스러운 일로 앱을 이용할 일이 있었다. 이용해보니 신속하고 믿을 만했다.


그분이 더 추해지시지 않게 도와드려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다. 본인의 의지로 중단이 어려우시면,  도와가며 사는 게 인지상정 아닌가.

약자에게만 강한 척하는 폭력은 강자 앞에선 너무나 게 꼬리를 내린다. 남자들에게는 감히 장우산을 휘두르지 못하는 그 분처럼.

그 길을 다니는 어떤 사람도

그분에게 그런 위협을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려드릴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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