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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어문 Jan 29. 2023

우리 거짓말 게임할까요?

-사랑의 이해-

"저 사실 삼정물산 딸이에요."

"취미는 돈 쓰기, 은행은 심심해서 다녀요."

"남동생은 유학 중이에요."

"처음부터, 좋았어요."


수영은 고백한다. 

거짓말이라는 핑계에 잠시 기대어서.

부정해 봤지만 스스로를 설득하지 못했다. 벗어났다고 생각했지만, 돌고 돌아 결국 원점인 동그라미가 자신의 삶 같다는 수영. 자신의 마음이 상수를 벗어나지 못함을 알고 있는 듯한 그녀는 고백한다. 그냥 고백만,


상수가 다시 용기 내어 보인 마음 때문일까,

더 이상 숨기지 못할 만큼 마음이 커져버려서일까.

하지만 다시 뭘 어쩌자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되었으면 희망을 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잠시라도, 거짓말 속에서라도, 잠시 행복해져 본다.



어쩌면,

사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상수에게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는 말처럼.


또 보자는 상수의 말에 수영은 대답했었다.

애매한 관계는 싫다고.

확실하게 맛있는 거 사겠다는 상수의 말에

수영은 웃으며 좋다고 했다.


하지만 상수는 망설였다.

그래서 수영은 처음 열어보인 마음을 닫아버렸다.




사람들은 아니라고 하지만, 계급을 좋아한다.

아닌 척 하지만 자신이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재벌도 아닌데 무슨 재력일까 싶지만

분명 존재하는 것 같다.

재력, 학벌, 직군, 정규직 같은 장치로 자신이 우위에 서기를 원한다. 


그리고 선을 긋는다. 

자신이 어렵게 차지한 계급을 누리기 위해.

당연하게 무심하게 ,

그리고 무례하게.

선 밖의 사람들이 선 안쪽으로 넘어오지 못하게 만드는 사회적 장치. 그 장치가 부당함을 알지만 모른 척하는 마음. 당연하게 생각하는 마음.




은행에 근무하는 남자 직원들은 수영에게 관심이 많다. 관심은 많으나 교제는 원하지 않는다. 책임지기는 싫 관심 가는 마음 어쩌지 못하는 마음. 사랑의 이해는 차마 말하기 민망한 인간의 민낯의 감정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그래서 불편하고 그래서 흥미롭다.


수영은 철저하게 자신을 보호한다.

아무도 보호해주지 않는 그녀를

그녀만의 방법으로 지킨다.

자신만의 선 안으로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

그들이 그랬듯이.

 

하지만 진심을 보인 상수에게는 그 선이 힘을 잃는다. 수없이 그었다 지우며 자신을  지키는 수영은 외롭기도 강해보이 기도 한다.

나는 그런 그녀라서 좋다.

자신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 같아서.




나를 지키는 것보다 내 마음을 감추는 것이 어려워지는 것, 사랑은 그런 감정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하고 싶은 마음.

눈앞에 있는 사람은 보이지 않고

보이지 않는 사람의 곁으로 자꾸만 달려가는 마음.


리얼 연애 프로그램이 요즘 트렌드라고 한다.

비혼이 아니라 비연애주의가 점점 더 많아진다고 하는데, 연애 프로그램의 인기는 폭발적이라는 게 아이러니다.

 사랑하는 마음조차 사치로 느껴지는 우리.

밥은 먹어야 살지만 사랑은 없어도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냥 나만 생각하고 싶지만 허기만큼이나 참기 어려운 것이 또 외로움일지 모르겠다.


거짓말 게임으로라도 고백하고 싶은 수영의 마음을 너무 알 것 같아서 응원하고 싶다.

수영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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