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이 말이 꼭 마법의 주문 같았어요.
백 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평균수명 백세가 자연스러운 지금은
기도문처럼 느껴집니다.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무언가를 신에게 간절히 기도하는 것 같습니다. 백 년의 시간을 함께하기 위해서는 매우 큰 사랑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요.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제외하고, 서로 다른 환경의 남녀가 같은 삶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운명처럼 찾아왔다고 생각했던 결혼이 상처와 외로움으로 남았을 때, 사랑은 행복이지만 결혼은 불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시간의 힘일까요, 망각의 힘일까요.
요즘은 조금씩 다른 생각이 듭니다.
아내 곁에서 묵묵히 식당을 운영하시는 노부부의 삶을 보다가 문득 뭉클해집니다. 결혼이라서 불행이 아니라, 사랑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에 그렇게 느꼈던 게 아닐까. 함께 눈을 뜨고 함께 잠들고 싶었던 사람이, 어느새 1분 1초가 숨 막히게 느껴질 만큼 남이 되어버려서가 아니었을까.
어릴 때는 로맨틱한 사랑을 동경했습니다.
드라마 같은 사랑이 있다고 믿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없는 걸 알면서도요.
하지만 이제 조금 알 거 같습니다.
밸런타인데이 같은 사랑보다, 손 맞잡고 걸어가는 노부부의 사랑이 더 판타지라는 것을요. 백년가약이라는 단어 속에 얼마나 묵직한 의미들이 담겨있는 지도요.
그분들의 뒷모습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로맨틱한 풍경으로 느껴졌습니다.
사랑은 아름다운 거였어요.
내 사랑이 그렇지 않았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