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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어문 Nov 18. 2021

브런치 오픈 후

한 달,

작가의 서랍


드라마나 책을 보다가 마음에 닿는 글을 만나면 노트나 블로그에 끄적거리고 잊어버렸다.

이젠 내 서랍이 생겼다. 뭐든 넣어둘 수 있는. ㅎㅎ

'작가의 서랍' 이라니 이름도 어쩜 이렇게 예쁠까?

'서랍'이라는 단어가 주는 정돈된 느낌이 좋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메모들을 정돈해서 보관할 수 있는 공간.


서랍에 넣어둔 감정과 생각을 다듬다 보면 오늘의 브런치가 된다. 갑자기 냉장고를 열어 맘 가는 대로 요리를 했는데 맛있것처럼, 그런 날은 이유 없이 기분이 좋다.

어떤 날은 멋진 요리를 하리라 듬뿍 맘을 낸다. 냉장고 속 식재료를 다 끄집어내서 공을 들였는데,  오히려 느끼해지기도 한다.  


사실 내가 제일 잘 안다. 지금 내 브런치가 적당히 맛있는지, 과해서 부담스러운지. 그런 날은 덜어내는 법을 배운다.  

10년쯤 후, 내 서랍에는 몇 권의 노트가 들어 있을까? 상상만으로도 기분 좋아다.





감정


새벽에 들어오니 이런 메시지가 와 있다.

결산 리포트? 1년 차 작가?

살짝 오글거리지만 싫지 않다.

꾸준히 쌓아가는 느낌이 좋다.


브런치와 만난 지 벌써 한 달이는구나! 

끊임없 동기 부여를 해주는 브런치, 하고 싶은 거 다해봐~ 그런 느낌이다. 나이 들어가니 우쭈쭈 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가? 이런 게 왜 이렇게 좋지 ㅎㅎ

                                         

브런치에서 글을 쓰게 되면서

감정걸러내는 연습을 하게 된다.

SNS는 감정을 거르지 않고 쓰는 경우가 많다. 한두 번 읽어보거나, 읽어보지도 않고 올렸다가 내리는 경우도 많다. 내 감정선 대로 피드를 채우는 것이다. 공개된 일기나 다름없었다.


브런치에서 글을 쓰면서 신중해지는 것을 느낀다.

물론 감정을 필터링 없이 쏟아내는 글도 다. 서랍 속에.

시간이 지나고 서랍을 열어보면 , 글은 없고 감정만 잔뜩 들어 있다. 하려던 이야기가 있었을 텐데, 감정에 파묻혀서 찾을 수가 없다.

 

반찬을 담을 때는 그릇의 7부 정도정갈해 보이면서 식욕을 자극한다. 7부 이상으로 그릇을 가득 채우면 먹음직스러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고, 보기 좋게 담는 것은 음식을 맛있게 만드는 것만큼 중요하다.


어떻게 하면 감정을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글 그릇에 잘 담을 수 있을까? 브런치에서 글을 쓰면서 제일 많이 하 고민이다.


I.U.(아이유)는 자신의 마음 중에 가장 깨끗하고 순수한 것만을 뜰채로 잘 떠서 '마음'의 가사를 썼다고 했다. 이야기를 들을 때는 와닿지 않았는데 글을 쓰면서 자주 생각이 난다.

나도 불필요한 감정은 가라앉히고, 담을 수 있는 것들만 뜰채로 잘 떠서 쓸 수 있으면 좋겠다.

 

옆 가게 브런치가 궁금하다


처음에는 마음이 가는 제목과 추천글 위주로 읽었다. 글을 쓰면서 내 글에 공감해주시는 분들의 글이 궁금해졌다. 브런치 나우의 글도 마찬가지이다.

다양한 글을 읽으면서 내 글에 대한 생각도 자연스럽게 많아지는 것 같다.


블로그나 SNS의 내 글이 보정 없는 직찍이라면,

브런치의 글은 보정도 하고 과감히 버리기도 하면서 여러 번 다듬게 된다. 하나하나 소중히 닦아서 올리고 싶어서이다.

예쁘고 맛있는 브런치 메뉴를 개발하는 것처럼. 어쩌다 들른 손님이 언젠가 또 들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하는 맘으로. 기분 좋아지는 브런치를 만들고 싶다.

  

기억


글을 쓰면서 생각지도 못한 기억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따라 나올 때가 있다. 잊고 있던 기억이 이렇게 많았던가 싶다. 아파서 묻어두었던 이야기들도 많지만 , 잊고 있던 행복한 시간이 떠오를 때도 많다.


글이란 게 참 신기하다.

기억이 있어야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쓰다 보니 떠오르는 것들이 많아진다. 떠오르는 것이 많아지니 생각이 많아지고 또 글이 쓰고 싶고, 신기하다.



진심


브런치 글을 읽으면서 진심에 대해 생각하 되었다.

나와 비슷한 아픔을 들을 때 와닿는 위로가 있다. 나도 저렇게 아지만 저분처럼 용기를 내어 보자, 그런 마음. 아픈 이야기를 하는 분들의 글이 내게 그렇게 느껴졌다.


내가 누군가의 아픔에서 위로를 받았듯이 내 아픔도 힘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씩 나를 털어놓을 용기, 내 이야기를 읽은 분이 나보다는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 나처럼 엉망진창이 되기 전에 걸어 나올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 그런 진심을 배우는 중이다.


키워드


글을 쓰고 나면 세 개의 키워드를 선택해야 한다. 처음엔 해시태그 개념으로 생각했다. 글을 쓸수록 키워드 선택하는 시간이 늘어다.


 글을 세 개의 키워드로 줄인다면?

하나밖에 없을 때도 있고, 네다섯 개가 떠오를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무슨 이야기를 쓰고 싶었지? 처음으로 돌아가게 된다. 누군가 이 키워드로 검색했을 때 어떤 이야기를 기대했을까를 상상해본다.

글의 색깔, 내용, 주제에 대한 고민을 자연스럽게 하게 해 주는 키워드가 글의 마지막 검열이다.






드라마를 보면서 제일 부러웠던 호칭, 작가님!

혼자만의 작가 놀이면 어때? 착각하는 시간이 즐겁습니다.

브런치 오픈 한 달의 느낌을 간직하고 싶어서 적어 봤어요. 1년 후, 5년 후 내가 이 글을 읽으면 어떤 마음이 들까요? 상상해보니 재밌네요^^


서툴고 부족한 제 글에 공감해주시는 분들,  제 브런치를 스쳐가시는 분들께 감사의 말씀도 드리고 싶었어요.

아이가 , 글을 쓰면서 제가 많이 밝아졌대요.

브런치 하길 참 잘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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