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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어문 Dec 04. 2021

12월이

돼버렸네요....

"12월이 돼버렸네요."

라방의 첫 멘트를 듣고, 나도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 12월이,  돼버렸구나 , 또..."

멘트 하신 분의 느낌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나는 허무함 또는 아쉬움이 크다.

여전히 코로나가 종결되지 않았음에도 12월이 되었다는 씁쓸함, 얼마나 더 이렇게 가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 슬슬 지치는 마음, 개인적으로 희망적인 새해를 기대할 수 없는 복잡한 마음 같은 거?


내년이 돼봐야 알겠지만 공연 준비에 시동을 걸고 있다고, 기다려준 팬들을 위해 라이브 영상을 올려주겠다고 했다. 공연 준비와 방송으로 바쁘지만 팬들과의 약속은 칼같이 지키려는 그가 참 고맙다.


작년 12월, 그의 크리스마스 캐럴이 큰 위로가 되었다. 코로나 시국에 어울리는 비대면 합주였다. 각자의 방에서 연주하는 세션들의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어느 해에 들었던 캐럴보다 아름다웠고. 뭉클했다.

힘들었던 2020년 견디느라 고생 많았다고, 지금 이 순간이라도 메리 크리스마스 이기를 바라는 그들의 마음이 전해오는 것 같았다.


코로나 시국에 팬과 가수가 함께 할 수 있는 게 라방 밖에 더 있냐며 꼬박꼬박 약속을 지켜주는 그.

내 최애 리스트에는 언제나 있었지만 방송을 챙겨볼 정도는 아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라방 하는 날이 기다려진다. 여고생 시절 별밤 디제이를 기다리는 마음처럼.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하루의 피곤도 잊다. 

나만 힘든 건 아니구나 하는 묘한 위로를 받기도 하고,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고민하는 모습을 보며 놓고 싶던 나를 다잡게도 된다.


요리 레시피를 더 열심히 올리는 자신이 가수가 맞는지 가끔 정체성의 혼란이 온다는 솔직한 멘트가 웃프고, 공연을 못하고 있으니 자존감이 떨어진다며 투정을 부리는 모습이 귀여우면서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공연을 못하는 수많은 아티스트들의 마음도 다르지 않을 것을 알기에. 공연을 못 보는 팬들의 아쉬움보다 더 절박하고 더 암담할 것을 알기에.


그럼에도 노래로 위로를 전하는 그들이 있어서 비대면 2년에 가까운 시간들을 견딜 수 있었다. 음악이 없다면 버텨낼 수 있었을까? 위로가 되고 힘을 주고, 다른 곳에서 느낄 수 없는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것,

적어도 내게 음악은 그렇다.






영화 '씽크홀'에서 '김대리'는 하우스푸어 대신 캠핑카를 선택한다. 아무리 뛰어가도 잡을 수 없는 신기루보다, 현재 내가 을 수 있는 행복을 선택한 것이다. 집이 없다는 이유로 꿈조차 꾸지 못하던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주택자금을 갚는 대신 여행을 꿈꾸게 된다.


저마다 추구하는 바가 다르니 행복의 기준도 다를 것이다. 어떤 이는 원하는 종착역에 도착하는 것이 행복이라 하고, 어떤 이는 지금 이곳이 행복이라고 한다. 내가 어떤 행복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몇십 년 후에 행복해지기도 하고, 지금 행복해지기도 한다.


장갑 하나, 머플러 하나만 더 했을 뿐인데 몸이 따뜻해진다. 음악 한 곡에 힘이 나고, 시 한 구절에 얼어붙은 마음이 녹는다. 그 작은 순간들이 쌓이고 쌓여 돌아보면 행복이 되어 있기도 하다.

쇼핑을 하고, 외식을 하고, 영화를 보고 공연을 즐기고, 쉽게 떠나던 여행도 그때는 그저 사소한 일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느 때보다 그립고 고픈 행복이다.


쓰고 보니 행복 참 별 거 아니다.

그럼에도 마음은 그게 왜 별 거처럼 쉽지 않은지.

내 주머니에만 없는 것 같은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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