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새 몸에 알람이라도 새겨진 건지, 늘 일어나던 시간이면 저절로 잠이 깼다. 하루쯤 잠이라도 실컷 자고 싶었는데... 아이 깨우고 집안일하고 하루 종일 그러다 보니 언제 출근을 했나 싶게 집에 있는 내가 자연스럽다. 집순이인 나는 집이 편하긴 하나보다. 그래도 숙제부터 얼른 해야겠기에 , 자동차 정기검사를 받고 실업급여 신청부터 하러 나섰다. 얼른 다녀와서 아이 점심도 준비해야 하니 맘이 바쁘다. 이렇게 집에서 할 일이 많은데 그동안 출근은 어떻게 했는지 모를 일이다.
근무 종료 후 하루가 지났는데, 일하는 사람들이 벌써 부럽다. 자동차 검사를 받으러 가니 접수하시는 분이 부럽고, 실업급여를 신청하러 가니 업무 하시는 분들이 부럽다. 금방 취업이 될 수 있을까 걱정 노트가 몇십 권 머릿속에 들어있는 것 같았다. 6개월이 종료되기 전에 취업할 곳이 생겼으면 했는데 맘처럼 쉽지 않았다. 면접도 봐야 하고 채용 시기도 맞지 않고, 세상의 중심은 역시 나와는 별개인 것이다.
한숨을 들이쉬고 내어 쉬면서 돌아오는 지하철을 기다리고 서 있는데, 스크린 도어의 시 한 편이 눈에 들어왔다.
내일은 더 잘하지 말라고
오늘만큼만 하라고.
새로울 것도 없는 말이지만, 이렇게 훅 들어오는 순간이 있다. 지금 저 말이 내게 필요한 말 이어 서일 수도 있고, 잠시의 여유도 없을 만큼 머릿속이 복잡해서일 수도 있겠지.
응원 한 구절에 온몸에 들어간 힘이 탁 풀어진다. 더 잘하지 말라는 글귀 하나에, 나를 재촉하던 바쁜 맘이 잠시 멈추는 느낌이다. 플레이 버튼을 잠시 눌러 일시 정지된 것처럼.
쏟아지는 과제에 기말 준비까지 정신없다는 아이에게, 리스트를 적어서 차근차근 바쁜 것부터 하라고 해놓고선 정작 나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 이래 놓고 오늘만큼만 하라고, 내일은 더 잘하려고 너무 애쓰지 말라고 아이에게 말하겠지? 어이구....
이 타이밍에 우리 구에서 일상 회복 지원금을 준다고 한다. 지난번에 상위 7퍼센트를 제외하고 모두 받는다는 재난 지원금을 못 받고는, 올해 들은 이야기 중 젤 웃기다며 어이없어했는데, 받을 수 있다니 감사한 일이다.
1인당 5만 원이 어디야 싶어 금방 또 기분이 좋아진다. 단순하기는 ㅎㅎ 금방 올라갔다가 금방 내려갔다가...
당장 오늘 취업이 안되면 세상이 끝날 것처럼 불안했는데...
시를 다시 읽어 보며 슬쩍 따라 해보고 싶다. 이렇게 힘들었는데, 오늘까지는 어찌어찌 잘 왔구나... 그런 말 해줄 사람 없으니 나라도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