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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어문 Dec 11. 2021

한다리 건너..라지만

멀리서도 아프다

올해 96세 외할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나셨다.

기력은 떨어지셔도 한 번도 흐트러진 모습 보여주신 적 없으셨던 할아버지.

당신이 빈틈없으신 만큼 자식들에게도 냉정하셨다. 외삼촌들은 당연하게 받으시는 경제적 도움을, 엄마는 불편한 마음 한가득 안고서도 받을 수 없는 것이 서운하기도 했다. 갑자기 가장이 된 딸이 안쓰럽지도 않으실까 원망스러웠던 적도 많았다. 그러면서도 할아버지께서 어떻게 자수성가하셨는지를 알기에, 자식들에게 그렇게 하실 수밖에 없던 마음이 이해되기도 했다.


코로나 때문에 가장 가까운 친인척분들 말고는 일부로 연락도 드리지 않았다고 하셨다. 그래서 외할머니 때와는 달리 장례식장이 한산했다. 돌아가신 할아버지보다 엄마 걱정이 더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할아버지께 서운한 마음도 많으시지만, 엄마의 든든한 울이 되어주셨다는 사실을 아니까. 준비하고 있던 이별이라도 아프니까. 갑자기 울타리가 사라져 버린 허전함에 더 힘드시지 않으실까 걱정이 되었다.


담담해 보이는 엄마와 이모들, 외삼촌들을 뵈니 너무 아파하지 않으셔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오랜만에 만난 사촌동생에게 많이 우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제 편히 가시라는 작은 이모 이야기를 들으시고는 이내 숨을 거두셨다고 한다.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남아있는 감각이 청각이라고 하는데 정말 그런가 보다.


카네이션과 안개꽃으로 가득 채운 관에 누워 계신 할아버지 얼굴이 인형처럼 보였다고 담담하게 말씀하시는 엄마를 보는데 맘이 아프다. 내색은 안하셔도 그 마음이 짐작이 되니까. 무뚝뚝하셔도 장난기가 심하셔던 할아버지께 늘 툴툴거렸던 어릴 적 내 모습이 생각났다. 시골집에 화장실도 무섭다고 외가댁에 가는 게 그렇게 달갑지 않았는데, 이젠 그곳이 빈 집이 되었다는 사실에 마음 시리다. 할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시면서 먼저 돌아가신 할머니의 빈자리까지 함께 느껴야 할 엄마를 생각하니 더 그런가 보다.


설거지하다가 갑자기 눈물이 쏟아다.

집이 너무 낡아 새로 지은 집에서 반년도 못 사시고 병원으로 들어가신 할아버지. 건강하신 분이니 이내 돌아오실 줄 알았데... 결국 돌아오시지 못하셨다. 상상하기 싫지만 엄마도 언젠가 이렇게 떠나시면 나는 이제 어디로 돌아가야 하나, 이런저런 생각들로 감정이 북받쳐서 눈물이 멈추질 않다.

멀게만 느껴지던, 영영 오지 않았으면 하는 이별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슬프다.

엄마가 할머니 이야기를 함께 하실 수 있는 할아버지마저 떠나셨다는 사실이 아프다.




밤새 들었던 이 노래를 핑계 삼아
널 그리워하는 내 모습
달래주는 바로 그 노래
널 사랑했었다 말하는
그때 우리의 그 노래



기다리던 공연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왔다.

'그 노래'

사랑을 추억하는 노래인데

설레는 표정으로 너무 멋있게 불러준다.

마음을 달래고 싶어 찾은 영상인데....

더 슬프다.


어떤 노래로도 달래지지 않는 슬픔.

죽음은 이별의 가장 아픈 모습이다.

한 다리를 건너도

아무리 멀어도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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