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국수 앞에서 들킨 내 인내심

진주집

by 마음 봄


여름이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메뉴가 있다

시원한 콩국수

그 유명한 오래된 노포

여의도 진주집으로 갔다

웨이팅이 있을 거라 예상했지만

도착해 보니 어마어마했다

요즘은 예약이나 대기표 뽑고

기다리는 게 기본인데

이 집은 사람을 그냥 줄 세운다

나는 살짝 망설였지만 남편은 줄을 섰다


에어컨이 나오는 건물 안이지만

많은 사람들로 답답하고 더웠다

가만히 서 있지 못하고

자꾸 주변을 돌아다녔다

남편은 그 자리에 말없이 서 있었다

기다림은 생각보다 길었다

나는 이리저리 움직이며 시간을 견뎠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나는 무언가를 오래 기다리는 일을

참 못하는구나

항상 빠르게 처리하고 효율을 따지고

기다림은 불필요한 일처럼 여겨왔다

그런데 오늘 이 콩국수가

나의 인내심의 크기를 들여다보게 했다


30분이 지나 드디어 자리에 앉았고

콩국수가 눈앞에 놓였다

시원한 국물을 한 숟가락 먹는 순간

기다릴 만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좀 더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도 함께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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