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데이트 중인 65세 중년

by 숙단

숙단


숨이 턱 막혔다. 이 일을 어쩌면 좋단 말인가. 문자 한 통에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예정된 화요일 직원회의가 이번 주엔 꼭 열린단다. 그런데 하필이면, 몇 주 전부터 손꼽아 기다려온 ‘동네 작가 글 쓰고 책 만들기 수업’과 시간이 겹쳤다. 조직의 틀에 순응할 것인가, 내 삶을 위한 걸음을 택할 것인가. 사적인 이유로 회의에 빠지긴 눈치가 보이지만, 이제 막 글쓰기의 걸음마를 뗀 내가 더 배울 수 있는 이 수업은 분명 놓치기 아까운 기회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마음이 무겁기는 마찬가지다.

나는 65세 중년이다. 평생을 조직과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며 살아왔다. 감사한 일이었고, 후회는 없다. 하지만 이제는 나를 돌아보며 살아가고 싶다. 글을 쓰는 일은 그 출발점이다. 첫 수업에서 느낀 점은, 단지 글을 잘 쓰는 법을 배우는 것을 넘어, 나에게 묻고, 내 안의 소리를 들어보며, 직접 써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앞으로 회의와 수업이 다시 겹친다면, 나는 또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자칫하면 다섯 번 연속 수업을 놓치게 될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그 순간, 내면에서 또렷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이번에는, 너 자신에게 우선순위를 줘도 돼.”

기술의 변화 앞에서 나는 늘 조심스러웠다. 폰뱅킹이 처음 나왔을 때도 공인인증서조차 만들지 않았다. 대신 딸에게 물품을 구매하거나 대금 결제를 부탁하곤 했다. 시간을 맞추지 못해 불편하고 답답하기만 했다. 이제 4차 산업혁명을 맞아, AI 활용만큼은 뒤처지지 않고 따라가 보리라 마음먹었다. 챗GPT, 클라우드 등과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친해지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글쓰기가 있다. 처음엔 퇴직 후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시작했지만, 이제는 글쓰기가 내 삶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 삶을 담는 그릇이 되어준 셈이다.

과제가 미흡해도, 일정이 겹쳐도, 이 수업만은 놓치고 싶지 않다. 글을 쓰며 나는 스스로에게 놀라고, 조금씩 변화한다. 내 필살기는 특별한 기술이 아니다. 지금 여기서 묵묵히 배우는 자세, 그것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나는, 한창 업데이트 중인 65세 중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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