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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pro Mar 27. 2023

영화리뷰 #1. 스즈메의 문단속을 보고 느낀 소감.

상실, 단절, 연결, 공간, 관계, 재난.


오랜만에 극장에서 영화를 봤다. 코로나 이후로 극장을 간 지 정말 오래되어서 그런지 몰라도 좌석에 앉아 마주한 스크린이 낯설어 보였다.


예매한 영화는 <스즈메의 문단속>,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이다.


극장에 들어가기 전, 같이 영화를 보기로 한 일행이 늦는다고 연락하여 1층 로비에서 영화 포스터를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포스터의 한 문장이 눈에 띄었다.

스즈메의 문단속 영화 포스터


"다녀오겠습니다(行ってきます)."

우리는 외출하기 전, 어디를 갔다 올 때 보통 "집을 나간다"라고 알려주는 의미에서 다녀온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말하지 않고 나가면 집에 남아 있는 사람이 걱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 매체 속에서 묘사된 일본인은 다녀오겠다는 표현을 한국인인 우리와 달리 사용한다는 느낌이 강했다.


마치 외출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게 아니라 집에 다시 돌아오겠다는 점을 강조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사적공간과 공적공간의 경계를 엄중히 구분하여 받아들이는 느낌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이런 생각이 들어 포스터의 "다녀오겠습니다."라는 문장이 더욱 눈에 띄었다.


영화가 끝나고 맨 처음 느낀 점은 외국 관객에게 불친절한 영화란 생각이었다. 그 원인은 다수의 한국인이 일본의 문화적, 설화적 배경에 대해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작품에 담긴 메시지는 외국인이 수용하기에 별 문제가 없다.


일단 이 영화는 인간이 공간을 인식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한다. 인간은 특정한 공간 내에서 관계를 맺고 공간의 의미를 재정의한다.


사회적 관계가 공간의 의미를 재정의한다는 뜻이다. 미디어학자 마셜 맥루한의 '스페이스 미디어' 개념과 유사하다.


 하지만 지진과 같은 천재지변은 한순간에 이러한 의미를 빼앗고 그 공간에서의 관계까지도 단절시킨다. 실제로 이야기 속 주인공은 다양한 지역에서 낯선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공간의 의미를 부여한다.

또한, 극 중 사건이 발생하는 주 무대도 버려진 공간인 폐허(의미가 없어진 공간)이다.


극의 이야기가 후반부로 갈수록 작품의 메시지는 관객에게 더욱 구체적으로 전달된다. 재난으로 인해 의미가 없어진 공간들, 그리고 그 공간에서의 관계가 단절된 사람들의 아픔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감독의 메시지. 여기까진 오케이. 외국인이 수용하기에 별 문제가 없다.


문제가 되는 지점은 (앞서 언급했다시피) 대다수의 한국인이 일본의 설화적, 신화적 배경엔 무지하다는 점인데 극 중 이러한 요소가 너무 많이 등장하여  배경 지식이 없으면 영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 봉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배경지식이 없으면 등장인물의 감정선, 심지어 스토리의 개연성이 이해가 안 되고 등장인물이 급발진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점은 소위 씹덕 요소라고 하는 일본의 서브컬처적 감정선이 많이 배제되어 일본 애니 특유의 감정선의 취약한 분들도 영화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팬이거나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분들에겐 이 영화를 꼭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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