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많은 사람들에게 "최근에 무슨 드라마 보셨어요?"라고 물으면 대개 말하는 작품들이 있다. 필자의 지인들은 <더 글로리>, <재벌집 막내아들>, <카지노>를 제일 많이 얘기하더라.
일단 필자는 개인적으로 드라마라는 매체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일단 드라마를 선호하지 않는 주된 이유는 한 회차가 끝나면 다음 회차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호흡이 끊기기도 하고, 영화보다는 상대적으로 퀄리티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도 이제 낡은 생각이다. 넷플릭스와 아마존 프라임, 디즈니 플러스, 애플 tv와 같은 여러 OTT(Over The Top) 플랫폼들이 기존 콘텐츠 시장에서의 차별화를 위해 오리지널 콘텐츠에 막대한 투자를 하며 현재는 영화와 비교했을 때 손색이 없을 정도로 콘텐츠 퀄리티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필자도 이러한 콘텐츠 시장의 패러다임을 몸소 체감하고 있는 세대이기에 앞으로는 브런치에 영화뿐만 아니라 드라마에 관한 글도 작성할 예정이다.
카지노 시즌 1 스틸컷
앞서 언급한 드라마가 화제가 된 이유
앞서 언급한 작품들이 화제가 된 이유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필자의 개인적 견해로는 중심 소재와 소재를 풀어나가는 플롯에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더 글로리>의 경우 현대 사회에서 중요한 문제인 '학교폭력'이라는 소재를 다루었고, 극의 주인공 문동은이 학교폭력 가해자들을 복수한다는플롯을 택하여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와 대리만족을 제공하였다. 이때의 복수는 가해자들이 피해자들에게 가했던 폭력보다 더 잔인하고 치밀할수록 효과적이다.
<재벌집 막내아들> 같은 경우에도 일단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중에게 잘 먹히는 설정인 '자본주의적성공'을 다루었으며, 플롯 또한 극 중 주인공이자 흙수저였던 윤현우가 재벌집 막내아들 진도준으로 회귀하며 과거의 지식을 활용해 일류 기업을 손에 넣는다는 비교적 단순한 플롯을 택하였다. 물론 회귀물, 복수물, 성장물, 먼치킨물 등이 두루 혼합된 케이스이지만 주인공의 최종 목적은 단순하다.
<카지노> 공식 스틸컷, 출처: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카지노>는 위에서 언급한 작품들과 약간 성격이 다르다.카지노는 사실적인 인물 묘사, 실제로 벌어질 법한 사건들을 통해 극도의 몰입감을 선사했다.
소재는 도박이지만 실제 플롯은 인간군상극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앞서 언급한 드라마들과의 차이점은 각 등장인물들의 목적을 처음부터 명확하게 보여주진 않으며, 이야기가 진행되어야만 비로소 각 등장인물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목적)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플롯 구조는 시청자가 스토리를 예상하고 추측하는 반응을 이끌어 낼 순 있겠지만 시청자가 기대한 결말과 감독이 준비한 결말이 서로 다를 경우 문제가 발생한다.
주인공의 최종 목적과 결말의 상관관계
<재벌집 막내아들>은 초반부엔 대중들에게 많은 호평을 받았다. <카지노>도 마찬가지이다. 심지어 <카지노>는 시즌 2 결말이 공개되기 전까지 호평일색이었다. 그렇다면 이 두 드라마는 무엇이 문제였을까?
JTBC <재벌집 막내아들> 공식 스틸컷
바로 "주인공의 최종목적과결말이서로 연결되었는지"의 여부라고 생각한다.우린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을 보며 주인공의 최종 목적이 흙수저에서 기업 총수로, 즉 순양그룹을 손에 넣는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드라마는 지금까지의 주인공의 목적을 간과하고 급격히 스토리 노선을 틀었다. 느닷없이 지금까지 윤현우가 벌인 모든 일이 윤현우 본인의 망상이었다니,, 어이없지 않은가? 실제로 필자는 드라마를 보면서 어이없어 실소했다.
<카지노>도 마찬가지이다. 우린 차무식이라는 캐릭터를 그저 돈에 집착하는 인물이 아닌, 냉철한 판단과 뛰어난 비즈니스 감각을 겸비하고 있지만 인의와 도리를 중시하는 인물로 파악했기에 매력적이라고 느꼈다. 그런데 그가 돈을 얻기 위해 필립과 소정을 죽였다니,, 필자는 이 사건에 숨은 내막이 있을 줄 알았다. 또한, 후반부의 차무식은 냉철한 판단능력을 상실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여 결국 파멸한다.
<카지노> 공식 스틸컷, 출처: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상구, 정팔의 행동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상구는 왜 필립을 그렇게 아꼈는지, 정팔은 본인을 여러 번 위기에서 구해주고 챙겨준 차무식을 배신했는지, 드라마를 여러 번 봐도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냥 정팔과 상구라는 인물을 인면수심캐릭터로 소비한 느낌이 강했다. 만약 상구와 정팔이 배신하는 결말을 처음부터 계획했다면 다른 전개를 생각했어야만 했다.
어떤 분들은 이러한 문제점을 비판하며, 해당 문제가 발생한 원인이 순전히 감독의 역량 부족이라고
말씀하는데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진 않는다.의외로 시청자들은 정해진 결말, 익숙한 결말엔 별로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시청자들은 열심히 쌓아온 복선들이 결말에서 모두 해소되었을 때 더 기뻐한다.
하지만 감독들은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다. 대단한 반전과 같이 대중과 다르게 한 번 더 꼬아서 생각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뜬금없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산업 디자이너 디터람스가 항상 강조하는 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