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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분꽃 Oct 17. 2023

6인용 테이블에 혼자 앉았다

욕심을 내지 않았는데 너무 큰 것이 내 것이 되는 순간.

즐거움은 잠시, 불편해진다.

모든 게 어정쩡하고 어깨가 무겁다.


어제 한낮, 카페에 들어서니

모든 자리에 주인이 있었다.

6인용 기다란 테이블만이 덩그러니 나를 본다.

주저거리는 나에게 

괜찮아요. 편하게 앉으세요.

주인장의 살뜰한 목소리가 들리지만 마음은 켤코 그럴 수가 없었다.

왠지 죄송하고 뻘쭘하고 미안하고.


욕심부리는 사람을 나는 유난히 싫어한다.

욕심이야말로 눈을 가리고, 얼굴을 가리고 마음을 가린다는 걸 이미 알아버렸다.

내 지인들만 봐도 나쁜 사람이 아니건만

욕심이 지나친 사람들은 꼭 일을 그르치고 말았다.

아니 그르친다는 건 순전히 내 위주의 생각이다.

그들은 성공이라 생각하며 스스로 훈장을 하나 더 붙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언제나 돈 앞에 사람은 두 번째다.


30년이 되는 세월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리기도 하고

적지 않은 시간을 순간에 잃게 하기도 한다.


내 믿음이 어리숙함으로 변하는 순간.

돈 앞에 사람이 작아지는 순간.

추억이 그깟 나부랭이가 되는 그 순간.


우선순위가 다른 우린 결국 이별을 택하지만

이리 생겨먹은 탓에 아픔은 늘 내 것이 되고 말았다.

이젠 더 오랫동안 마음을 주지 못하고 이리저리 살핀다.

더 이상 반복하기 싫은

나를 위함이다.


결국 긴 테이블에 앉았다.

작은 자리가 비면 얼른 옮겨볼 요량으로.


작더라도 내 것이 좋다.

가져보지 못한 사람의 마음일지도 모른다.

6인용 테이블. 주인장이 허락도 했건만

나는 그래도 버겁다.


그저 편하게 살고 싶다.

적으면 적은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또 혹시 넘치면 살짝 내어놓으면서.

내 손을 떠나면 내 것이 아님을 잊지만 않는다면 

모든 걸 기분 좋게 끝맺음을 지을 수 있다.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는 중.

요즘은 분명 가난해졌지만 편안하고 풍요로워졌다.


지난달 담어놓은 청귤차를 또 한병 들고 나왔다.

이젠 냉장고에 달랑 두병만이 남아 선물은 마지막이 되어야 하는데...

벌써부터 내년에 한 박스 더 담을까 고민해 본다.

매달 들어오던 월급을 끊은 지 일 년이 다 되어가다 보니 생각만큼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작은 즐거움은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다 보니 고만고만 살아진다.

내 좋아하는 지인들에게 작은 선물을 건넬 때 폭발하는 기쁨이란

꽃이 팡팡 아니 펑펑하고 터지는 그 설렘?


잠시 스쳐갈 긴 테이블이 어색해 침만 꼴깍거리고 있지만, 

이 또한 견디고 나면

환한 내 친구가 문을 열고 들어오겠지.

그때까지만 참아보자.

그래도, 조금만 빨리 와줘. 친구~


친구가 왔다.

때마침 예쁜 연인이 일어섰고,

얼른 머그컵을 들고 이사 갈 준비를 했다.

내 친구도 나랑 닮아서

여섯 잔의 커피가 놓일 자리에 달랑 두 잔은 불편할게 뻔해.

생긴 대로 살기로 또 한 번 맘먹는다.

살짝 덜 이쁘게

살짝 덜 멋지게 살아도 나름 괜찮다는 걸 알았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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