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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분꽃 Oct 31. 2023

프사를 꽃으로 바꾸는 이유

거울 보기가 무섭다

난 찍히는 사람이 아니라 찍는 사람이다.


우리 집에서 외모순위 4순위인 나는

나름 귀엽다는 말을 듣고  살았지만 나이 오십이 넘고 나니

이도저도 아니다.

귀여울 수도 없고 예쁠 수도 없는.

거울공주는 아니지만 그래도 편하게 거울을 보고 싶다.

나를 보고 흠칫 놀라는 건 정말이지

마음이 상한다.

보조개 옆 볼살이 쳐 저서 얼굴라인이 울퉁불퉁해지고 염색하기 싫어 모자를 눌러쓰면 뭐 하냐고. 귀밑머리가 희끗거리는데.

덜 예쁘자던 주문도 나름 괜찮았을 때의 먹히는 주문이었나 싶다.


두 주 전에 청주 메밀밭에 갔었다.

지금도 이상하게 마음이 설레는.

너무나 수수하게 생긴 메밀꽃을 보면서

마음이 뭉클했다. 메밀꽃을 보면 눈물이 난다던 지인의 말이 이제야 들렸다.


어느새 두 손가락으로 잡아지는 머리숱.

얇아진 머리칼로 초라해지고

자꾸 도드라지는 팔자주름이 유난히 신경 쓰이고

슬금슬금 광채를 잃어버려 모든 게 탁색이 되어버린 나.

하지만 나같이 생긴 메밀꽃이 모이고 모여

우아함을 품었다.

편안함을 지켰다.

프사를 메밀꽃으로 바꿨다.

절대 꽃이나 단풍.

나이가 더 들어 손주손녀  사진으로 프사를 올리진 않겠다고 맘먹었는데 가끔씩 이렇게 잊곤 한다 ㅎㅎ

거울 보기가 싫은 지금. 잠시 나보다 예쁜 꽃들을 세웠다가

나로 다시 돌아가리라.

나의 급작스런 변화를 당황하지 않고 우아하게 받아들이는 그날이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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