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목한 화살나무에게 아파트는 낮은 천장이다
뚫고 나갈 수 없는 단단한 창문은 낮은 의자처럼
둥글고 모난 곳이 없어 잎들은 힘없이 떨어지고 있다
잎들은 바닥과 천장의 거리만큼 날개를 펼칠 수 있고
서 있는 나무는 머리 위의 세계가 궁금해 더 높이 자란다
열매가 빨갛게 익어 가면 새들이 찾아온다
부러진 자신의 날개를 코르크 날개로 바꾸고
붉은 열매를 쪼아 먹은 새들은
당겨진 활시위만큼 팽팽해진 붉은 심장을 토해낸다
날 수 없는 날만큼 심장은 작아졌다
벽과 벽 사이에는 날아간 화살이 박혀있어
뽑아낼수록 더 깊이 박혀 벽을 쪼아대고 있다
아파트 베란다에는 낮은 물살로도 움직일 수 있는 작은 배가 있어
매일 아침 항해지표를 입력하고 저녁이면 완전히 지웠다
화살나무로 바다가 된 베란다에 무심한 달빛이 노를 저으면
떨어진 잎들의 새벽이 찾아든다
새벽에는 모든 것들이 부활의 자세를 취하고
포근한 베란다에서 낮은 천장을 뚫고 나갈 날개들은
붉은 심장으로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