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경자 Oct 29. 2023

프로텍티트 에어리어

삽목한 화살나무에게 아파트는 낮은 천장이다

뚫고 나갈 수 없는 단단한 창문은 낮은 의자처럼

둥글고 모난 곳이 없어 잎들은 힘없이 떨어지고 있다     


잎들은 바닥과 천장의 거리만큼 날개를 펼칠 수 있고

서 있는 나무는 머리 위의 세계가 궁금해 더 높이 자란다

    

열매가 빨갛게 익어 가면 새들이 찾아온다

부러진 자신의 날개를 코르크 날개로 바꾸고

붉은 열매를 쪼아 먹은 새들은

당겨진 활시위만큼 팽팽해진 붉은 심장을 토해낸다     


날 수 없는 날만큼 심장은 작아졌다  

   

벽과 벽 사이에는 날아간 화살이 박혀있어

뽑아낼수록 더 깊이 박혀 벽을 쪼아대고 있다     


아파트 베란다에는 낮은 물살로도 움직일 수 있는 작은 배가 있어

매일 아침 항해지표를 입력하고 저녁이면 완전히 지웠다  

   

화살나무로 바다가 된 베란다에 무심한 달빛이 노를 저으면

떨어진 잎들의 새벽이 찾아든다    

 

새벽에는 모든 것들이 부활의 자세를 취하고

포근한 베란다에서 낮은 천장을 뚫고 나갈 날개들은

붉은 심장으로 만들어졌다          

이전 01화 달의 피라미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