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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경자 Oct 29. 2023

프로텍티트 에어리어

삽목한 화살나무에게 아파트는 낮은 천장이다

뚫고 나갈 수 없는 단단한 창문은 낮은 의자처럼

둥글고 모난 곳이 없어 잎들은 힘없이 떨어지고 있다     


잎들은 바닥과 천장의 거리만큼 날개를 펼칠 수 있고

서 있는 나무는 머리 위의 세계가 궁금해 더 높이 자란다

    

열매가 빨갛게 익어 가면 새들이 찾아온다

부러진 자신의 날개를 코르크 날개로 바꾸고

붉은 열매를 쪼아 먹은 새들은

당겨진 활시위만큼 팽팽해진 붉은 심장을 토해낸다     


날 수 없는 날만큼 심장은 작아졌다  

   

벽과 벽 사이에는 날아간 화살이 박혀있어

뽑아낼수록 더 깊이 박혀 벽을 쪼아대고 있다     


아파트 베란다에는 낮은 물살로도 움직일 수 있는 작은 배가 있어

매일 아침 항해지표를 입력하고 저녁이면 완전히 지웠다  

   

화살나무로 바다가 된 베란다에 무심한 달빛이 노를 저으면

떨어진 잎들의 새벽이 찾아든다    

 

새벽에는 모든 것들이 부활의 자세를 취하고

포근한 베란다에서 낮은 천장을 뚫고 나갈 날개들은

붉은 심장으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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