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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경자 Oct 29. 2023

터닝포인트

- 굴렁쇠는 소리가 없다

하루에 만 보를 걸으면 돈이 굴러온대요


육 개월 동안 거리를 외우고 자세를 복사하고

햇볕에 타버린 비커는 아직도 물이 절반 정도 있어요


걷는 동안 돌릴 수 있는 룰렛을 모두 돌려 얻을 수 있는

동전들이 사각형의 저금통 속으로 떨어집니다


복사 빛 겹벚꽃이 피는 계절을 소환하는 것은

오로지 햇볕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다정한 말투로 시작한 말에 표정이 바뀌는 계절이

한 번쯤 왔다가 따뜻한 표정의 계절이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앉았던 의자에서 얼마나 많은 개미들이 올라왔다 떨어져

작은 구멍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잊습니다


삼십 분마다  먹구름 한 점 없는 시린 하늘을 보면서

물 한 먹음 마시는 것은 징조를 읽기 전에 구조 신호를 먼저 보내는 것입니다


지층 사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든 일어나는 현상에만 집중하다 놓치는 순간에 타오르는 불꽃은 

정사각형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의 소란이 더 시끄러운 법입니다


유채꽃의 계절은 순환되고

꽃들도 이모작의 온도를 발화시켜

행성들의 그림자를 염탐하다 꽃들이 외치는 말을 듣게 됩니다


날씨를 프라이팬에 볶아 스크램블을 만들면

온도는 구름을 낚아채는 미끼가 되어

둥둥 떠다니는 발자국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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