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이 닿는 공간에는 직립의 척추에 종유석이 자라났다
일어서려 해도 자꾸만 잡아당기는
만유인력의 법칙 앞에서 주저앉았다
문을 닫았는데도 시베리아의 차가운 바람으로 빙벽이 둘러졌다
하얗게 얼어버린 생존은 차가운 물방울을 토해내고
기다리는 순간은 얼음 밭이었다
소리는 나오는 순간 동태처럼 덕장에 널렸고
햇살마저 외면한 추위가 살 위를 칼질하듯 스쳤다
어디에서든 양보받는 그런 나이에 관절들은
뭉쳤다 풀어지는 어혈처럼 몸 밖으로
탈출을 시도하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곤 했다
가족들은 달려오기에도 먼 거리만큼 마음도 멀어진 지 오래라
119를 부르라는 말뿐이었다
전화를 받았던 대원들은 친절했다
어쩌면 이런 친절이 반가운 나이였기에
두 번째 전화를 한 대원들은 근처 구급차가 없어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사이렌 소리가 다가왔다 멈춘다
대원들이 집을 찾지 못해 옆집 계단을 올라가는 소리가 소슬바람처럼 웅웅댔다
우리 집 계단을 올라오는 발자국들이 햇빛처럼 퍼져가고
세상은 차가운 온도를 버리고 따듯한 온도의 습성을 지닌
말과 행동으로 달의 착륙이 이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