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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경자 Oct 29. 2023

호접몽


자라나는 것들은 선택의 폭이 넓고도 좁아

막다른 골목길에 도착했을 때에야 길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안다   

  

기억에도 없는 꿈을 엄마는 내 꿈이라고 얘기했고

가난은 때때로 이것과 저것 중에 선택할 수 있는 것 대신

이것과 저것을 포기라는 말에 가까웠다  

   

다른 사람들은 적성에 맞는 전공을 선택했고

나는 알지 못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 전공을 선택했다 

    

이 길이 아니라 생각했지만 포기 할 수 없는 것은

꿈을 이루고 싶은 것보다 가난하기 때문에

그것마저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졸업한 동기들은 자격증을 따고 취업을 하는 동안

자격증시험도 보지 못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새로운 꿈을 찾는 것이었다     


앞과 뒤 그리고 중간

나는 늘 중간 어디쯤에 서 있었고

세상은 바다처럼 넓고 고요한 곳이라 여겼지만

세상은 동네 앞 실개천처럼 얕고 투명해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나뉘었다   

  

응시번호0000님께서는 안타깝게도 불합격되셨습니다 라는 문자가 쌓여 가고    

 

올해의 운세는 내년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해라고 하지만

도전과 실패의 수가 같아질수록 늪에 빠진 것 같은  

   

당신의 꿈에 한 발자국 가까워졌다는 메시지는

절망을 희망으로 포장한 선물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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