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이라는 말로 지은 저녁은
밥알과 돌이 반반씩 섞여 있었기에 먹을 수 없어
배가 고픈 날이 풍선처럼 자꾸만 떠올랐다
아이는 태어나고 태어나지 못한 시간의 무늬로 살아가는 이방인이었다
모든 것은 경계에 머물러 정상이었던 시간은 짧고
비정상인 과녁을 맞추기 위해 활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떨림의 연속이었다
어떻게 시작할지 몰라 당황하던 순간들이
매번 담쟁이 넝쿨처럼 담장을 넘으려다
실패를 거듭하고 나서도 또 기어오르는 개미들 같았다
아이는 눈꺼풀을 들어 올릴 힘이 없어 가만 감고 있었다
해가 바뀌어도 아이는 말 한번 하지 못했다
누구를 부르고 싶어도 부르지 못했기에
아프다는 말도 오직 표정으로만 할 수 있어
간혹 놓치기도 하는 노을의 잔흔 같았다
잠깐 한눈을 팔았을까
평온한 얼굴과 고른 숨소리에 너무 안심했을까
아무도 없었던 그 방에서 고른 숨소리가 바뀐 것을 아무도 몰랐다
눈물로 바벨탑을 짓다 무너지고 또다시 탑을 세우려고 일어선다
이제는 눈물 꽃이 피었다 져 버리고
네가 웃는 모습이 선명해져 이제는 안심이 되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