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둘레길을 걷고 있었다. 나무 위로 찬바람이 지나갔다. 서산대사가 출가를 했다는 원통암을 지나 축지법을 쓰며 다녔다는 서산대사길 도중에는 작은 개울이 여럿 있었다. 개울물은 부서질 듯한 살얼음이 얇게 얼어 있었다.
우리는 좁은 산길을 한 줄로 길게 걸었다. 뒤에 오던 젊은 아가씨가 개울을 쳐다보며 혼잣말을 한다. "미꾸라지도 겨울잠을 잘까?" 뒤 따르던 남자가 " 봄에 태어나 잘 자라다가 겨울에는 추어탕집에 가겠지."라는 농담으로 한 바탕 웃음이 지나갔다. 의문은 묻혔고, 걷는 사람들의 발소리가 크게 들렸다.
아이들은 세상이 궁금하다. 유치원생들에게 옛이야기를 들려주면, 내 질문보다 더 많은 의문이 돌아온다. 지금도 도깨비가 있어요? 호랑이가 말할 수 있어요? 왜 개는 고양이에게 자꾸 말을 시켜서 요술구술을 바다에 떨어뜨리게 했어요? 나는 공중에서 떠돌며 땅으로 내려오지 않는 말로 어설픈 대답을 한다.
산길을 걸으며 묻는다. 나는 잘 살고 있는지, 가는 길이 옳은지, 옳다고 걸어 왔던 길이 정말 옳았는지, 이런 질문을 몇 번이나 되물었다. 겨울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질문을 그대로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