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혀로만 기억되는 맛집이 있고, 마음으로 오래 남는 맛집이 있다. 이름이 황토집이었던가 가물가물하다. 내가 생각하는 맛집이다.
스무 해 전 일이다. 문학을 꿈꾸던 우리는 그집에서 밤 늦도록 떠들었다. 막걸리와 함께 먹던 새콤달콤 두부김치와 맑은 해물탕은 풍채 좋은 주인장처럼 넉넉했다. 웃음 소리와 잔 부딪히는 소리, 경상도 특유의 억센 억양으로 나누던 대화가 몽글하게 허공을 채웠다. 우리도 그 속에서 함께 몽글해졌다.
페미니즘이 어떻고 김춘수가 유홍준이 어떻고 또 누구였더라. 누군가는 시를 읆었고, 누군가는 세상을 비틀었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어설프고 설익은 말들이었다. 늦은 밤까지 이야기가 이어지고 주인장은 서비스 음식으로 우리들의 흥을 돋우었다.
그날 밤 이야기들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누가 어떤 말을 했는지도 흐릿하다. 그러나 그 밤의 공기와 웃음소리는 또렷하게 남아 있다.
시간이 흘러 우리는 각자의 삶으로 흩어졌다. 어떤 이는 정말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고, 어떤 이는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가끔 생각나는 그집, 그집은 그 거리에서 가장 따뜻한 맛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