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시간

by 벼리


일주일만에 매화가 피었다.

일반성에서 매화 가지를 몇 개 얻어 왔다. 닭을 풀어 키우는 분에게 계란을 사러 갔다가 받은 것이다. 곡선으로 길게 구부러진 가지와 곧게 뻗은 가지가 골고루 섞인, 가지에는 단단하게 여믄 봉오리들이 자잘하게 매달려 있었다. 겨울이 그 안에 남아 있는 듯했다.

집에 와서 매화 가지를 물에 꽂았다. 처음 이틀 동안은 아무 변화가 없는 듯했다. 봉오리는 여전히 굳게 닫혀 있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통통하게 부풀어 분명히 어제와는 달랐다. 그 모습이 신기해서 매일 물을 갈아 주었다. 나흘째 되던 날, 터질 듯하던 봉오리 끝이 살짝 벌어졌다. 하루 더 지나자 틈 사이로 연한 꽃잎이 수줍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오래 바라보았다.

이렇게 가까이 꽃이 피는 순간을 본 적이 없었다. 늘 꽃봉오리거나 이미 피어 있는 꽃을 보곤 했다. 매화는 매일 성실하게 꽃을 피우기 위해 조용히 움직였다.


왜 매화는 이렇게 조용히 피는 것일까. 생각해 보니 봄도 그랬다. 얼어 있던 땅이 조금씩 풀리고, 입춘, 우수와 경칩을 지날 때도 봄은 이미 오고 있었다. 흰 눈이 내리던 날 달력에서 ‘입춘’이라는 글자를 보고 허풍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허풍이 아니었다.


봄은 조용하고 성실하게 오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공기가 조금 따뜻해지고 햇살에 다정함이 스미면, 그제서야 사람들은 “봄이 왔다”고 말한다. 그때 꽃들이 기다렸다는 듯 피어난다.

오늘 매화가 피었다.

가지 끝에 앉은 작은 꽃 몇 송이가 봄을 열었다. 아기 손톱보다 작은 꽃잎 다섯 개가 서로 어깨를 포개며 피어났다. 봄은 꽃이 필 때 오는 것이 아니었다. 매화가 우리 집에 오기 전부터 이미 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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