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내가 더 잘했더라면, 한 번만 더 생각했더라면… 그랬다면, 지금의 나는 다를 수 있었을까"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든다.
돌이킬 수 없는 순간들이, 문득 떠오른다.
말 한마디를 더 아꼈더라면, 아니면 용기를 내어 먼저 건넸더라면.
적어도 지금 이 상황까지는 오지 않았을 텐데, 적어도 전보다는 나은 사람이었을 텐데,
어쩌다 이렇게 처참한 상황이 되었는가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묻는다.
무엇이 잘못된 건지, 어디서부터 어긋난 건지
아무리 되짚어봐도, 정작 그 순간에는 몰랐다는 사실만 또렷하다.
모든 것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지만
나는 애써 괜찮은 척, 아무 일 없는 척
스스로를 속이며 하루하루를 견뎠다.
아니, 어쩌면 애써 모른 척하며
버텼다는 말조차 과분했는지도 모른다.
그냥 그렇게,
내가 나를 무너뜨린 거였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 때문도 아니고,
세상이 나를 외면했기 때문도 아니다.
결국, 내 안의 나조차 나를 믿어주지 않았다는 것.
그게 시작이었고, 가장 깊은 균열이었다.
수도 없이 많이 들은 말 중에 하나는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더라도 너만큼은 너 자신을 사랑하고 믿어야 할 것이 아니냐"
정말 맞는 말이었고 틀린 말 하나 없었다.
그러나 나는 이미 자기혐오에 휩싸여 있었다.
겉으로는 나를 사랑하는 척했지만
속 안으로는 끊임없이 자책하고 판단하고 비판하기 바빴다.
매일 아침, 거울 속 내 얼굴을 보면서
‘괜찮다’고, ‘할 수 있다’고 말해보려 했지만
그 말은 내 입을 떠나기도 전에 무너졌다.
내 눈빛은 이미 내가 나를 믿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고,
그 사실은 참혹할 만큼 선명했다.
나는 언제부터 이렇게 나를 미워하게 된 걸까.
작은 실패 하나에도, 어긋난 관계 하나에 도모 든 책임을 나에게 돌리며,
다른 누구도 그러지 않았는데 내가 제일 먼저 나를 버렸다.
사랑받고 싶었고, 인정받고 싶었지만
그 누구보다도 내가 나를 이해해주지 못했기에
그 어떤 따뜻한 말도, 위로도
끝내 마음속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그 모든 무너짐의 중심엔, 결핍보다도 먼저
나 자신을 향한 잃어버린 신뢰가 있었다는 걸.
그래도 살아야 했다.
무너진 마음을 안고서라도, 산산이 조각난 내 안의 나를 끌어안고서라도
하루는 또 흘렀고, 나는 그 하루를 조용히 지나왔다.
누구도 완벽하지 않듯, 나 역시도 그렇다. 부서지고 망가진 기억들 속에서도
나는 여전히 나였고, 지금도 그렇다.
이제는 조금씩, 아주 조심스럽게나를 다시 믿어볼 용기를 쌓아가려 한다.
예전처럼은 아니더라도 한때 내가 나를 외면했던 만큼
이제는 조금 더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려 한다.
그러니까, 그때 내가 더 잘했더라면 어땠을까— 같은 질문은
이쯤에서 놓아주어도 될 것 같다.
지금의 나는, 그 모든 시간을 지나
여기까지 왔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