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때로는 맞추기도
요즘처럼 레디메이드 한 세상살이에 딱 맞는 건, 찾기 힘들다. 나는 어떤 물건이 제 기능을 잘하면 되지, 구색 맞추고 살진 않았다.
심사숙고해서 물건을 사기에, 그 물건의 기능을 잘하고 있으면, 굳이 새것으로 사지 않는다. 그중에 늘 쓰는 국자 두 개는 불량주부인 내가 플라스틱 손잡이를 태워서 몸만 남았다. 스텐 재질의 국자인데, 제품이 좋아서 20여 년 그대로 쓴다.
아들이 보기엔 궁상맞아 보였는지, 아들 집에는 국자를 세트로 사놓았다. 다 쓰지도 않겠지만, 9개나 되는 국자를 언제 다 쓸지는 좀 의문이다.
오래전에 TV에서 '현금 갑부'라는 프로를 봤다.
직장에 다니면서 모은 종잣돈으로 자영업을 하는 사람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인데, 그 사람은 경기도
외곽 리퍼브 매장에서 가전제품과 그릇류를
판매했다. 젊고 기동력이 있었고, 예리한 판단력으로 영업을 잘했지만, 그릇류는 자신의 어머니를 못 따라간다고 했다. 어머니는 시골 장터에서 그릇 가게를 오래 하신 분이었다. 자신이 팔던 그릇에 아들이 가져온 그릇을 끼워주고, 유리로 된 냄비의 깨진 뚜껑은 바꾸라고 다른 재질의 뚜껑을 그냥 주기도 하니, 매출이 오를 수밖에 없었다.
남편과 아이들이 생일이라고 하나, 둘 사준
그림도구가 늘어났는데, 어떤 건 열어 보고 바로 서랍에 든 것도 있고, 상자에 든 것도 있다.
그중에 손이 많이 가는 오일 파스텔은 문교화학에서 나온 것이다. 손에 묻지 않고 색감도 좋은데, 파스텔을 담는 통 뚜껑이 너덜너덜해졌다. 마침 포장용으로 온 박스가 있어 뚜껑을 만드려는데, 두꺼워서 접히질 않는다.
칼질도 서툴어 잘못하면 손을 다치겠다.
궁리가 한참 안 떠올랐다. 그러다 자주 가는 마트에서 사 온 '소금빵 그릇 뚜껑'이 딱 맞았다.
높이는 다르지만, 다 맞는 게 이 세상에 있나.
오일 파스텔 통에 뚜껑을 덮었는데,
소금빵에 뱄던 기름기가 있네.
가만있어봐.
또 적당한 종이를 찾으면 그때 꾸며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