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말고 덜도 말아라.'는 추석 연휴다.
연휴라지만, 기온이 오르락내리락하다가 아침, 저녁으로 부는 바람에 어깨춤을 추려했는데, 첫날부터 전국에 내리는 비에 기분이 언짢다.
일과처럼 타박타박 걸어서 자갈치 시장에 갔다 왔다. 자갈치 시장을 지나쳐 가면 자주 가는 마트도 빨리 갈 수 있는 데다, 모든 걸 다 안아줄 듯하는 눈에 익은 바다와 다른 항구의 풍경이 펼쳐진다.
한가위라 빨리 들어와 닻을 내린 건지, 만선의 기대를 다한 건지 모르지만, 부산에서 나고 자라
일흔 가까이 살면서도 한 번도 못 봤던 로프를
새롭게 감는 작업을 볼 수 있었다.
다섯 분이 쪼그려 앉아 쉬지 않고 내리는 비를 맞으며 한마음으로 로프를 되감는 작업은
그리 만만해 보이진 않았다. 굵기도 굵기지만, 고르게 감겨야 먼바다에서 제 일을 다할 수 있기에.
굵다란 심지를 중심으로 왼쪽, 오른쪽으로 감는 작업은 기계도, 로봇도 아닌 비바람과 뙤약빛과 소금기 머금은 수증기로 무장한 바다 사내들의
묵묵함이었다.
익숙한 도시의 백화점 앞을 지나 영도다리에서 보던 항구도 매립으로 만든 보세지역에서 갈매기가
높이 날아오르는 걸 보는 건, 또 다른 맛이다.
작년에 <부산은 정말 가보고 싶은 곳>이라는 환상이 들도록 캐나다 관광청에서 만든 여행안내 유튜브를 본 적이 있다. 내용은 다 가본 곳이고 누구에게도 자랑하고 싶은 곳을 타국의 언어로, 기술로 만든 유튜브는 흥미 그 자체였다. 내가 외국인이어도 정말 가보고 싶은 화면이었다.
그래서였나. 2025년의 부산은 시민들보다 여행온 사람들이 더 많은 곳으로 느껴졌지만, 자주 기본을 잊어버리는 상술로 자갈치에 대한 반감과 좋은 기억들이 줄어든다.
자주 가는 마트에서 사려던 고기를 사서 버스를 탔다. 비가 더 세차게 내리길래 밀양역 근처를 한참 돌아다니려던 일정을 취소한 건 잘했다고 했지만, '더도 말고, 덜도 말라'던 추석 연휴 첫날부터 조정되는 일정이 조금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