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달력은 마지막 장을 향해간다.
만나는 이들마다 2025년이 빨리 간다고 한다. 시간의 흐름을 느끼는 건 자신이 속한 나이대만큼의 속도라고 하는데, 유독 2025년이 빠르다는 건 올해가 그만큼 다사다난해서이리라.
며칠 전에 2026년 달력과 가계부를 받아왔다.
얇아진 달력 뒤에 새해 달력을 걸고는, 소파에서도 잘 보이는 숫자에 흐뭇해하는 내가 조금 낯설다.
친구를 만나러 문화회관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다른 날보다는 차들이 적었지만, 부둣길에서 버스가 잠깐 멈추었다. 몇 주 계속 이 버스를 타면 서도 '우암역'은 사진에 찍히지 않았다.
사진을 찍으려 하자 버스가 움직여 옆모습만 찍힌 우암역은 부산 사람도 많이 모르는 곳이리라.
역 앞의 철길은 나의 아이들에게 놀람의 장소였다.
5번 버스를 타면 부산진역 뒤쪽으로 난 철길로
컨테이너를 가득 실은 화물열차가 다녔다. 시간이 맞으면 '땅땅땅땅' 하며 화물열차가 지나간다고 버스가 멈추었고, 아이들은 그 열차를 봤던 순간을 많이 기억하고 있었다.
언젠가 서울역에서 강릉에서 온 기차가 부산으로 올 때, 열차와 열차가 이어지던 걸 보고 어린 시절을 이야기했다. 서너 살이던 아이들은 일상을 조금만 벗어나도 얼마나 신기했을까. 그런 마음이 있어 '딸칵'하고 이어지던 그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기에 바빴다.
매사에 긍정적이고 부지런한 친구는 한 달간 외국에서 온 손님 접대로 눈 밑이 퀭했다. 시누이는 20대 중반에 떠난 부산의 변화를 받아들이느라 힘들어했다면서, 친구도 변해버린 고향이 적응이 잘 안 된다고 했다. 친구는 부산에 살고 있는 데도 말이다. 살림이 야무진 친구가 온몸의 진이 빠져서 이번 김장은 사서 먹을 거라는 말에 격하게 공감했다.
그럼에도 나는 습관인 듯 배추와 총각무를 사 와서
김장인 듯 아닌 듯 김치를 담았다. 몸이 예전과 달리 피로가 쌓이고, 몸살이 난다.
오랜만에 조조 영화를 보러 갔다. 10개의 도장이 찍힌 쿠폰을 내미니, 조조라 아깝다며 조조요금을
내고 다음에 쿠폰을 사용하라는 말이 참 고마웠다. 관객 두 사람이 본 영화는 2025년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인 <콘티넨탈 25>로 루마니아 영화다.
영화 내용도 옛 건물을 헐고 멋진 건물을 지으려는 과정에서 불거지는 소외와 사라짐의 문제다.
영화나 현실이나 사람들이 사는 세상은 수없이 생겨나는 문제의 연속이다. 그중에도 자신의 현실을 위해 살았을 사람들이 어떤 문제에 부딪힐 때 '인간에 대한 연민'이 강한 사람들이 더 힘든 건 영화에서나 현실에서나 마찬가지다. 그래서인가.
용두산 공원을 지켜주시던 사진사 아저씨가
아침 햇살을 받고 앉아계신 모습이 짠했다.
달라진 세상에도 거의 매일 나오셔서 용두산을
지켜주시고 타지에서 온 사람들에게 가이드도 해주시던 분이었다.
그 아침에 허락을 받고 사진을 찍었는데,
오래전부터 인사 나누던 분이 그랬다.
"이제 고향에 가신다더라."
하는 말은 애잔함이었다. 어디에 가시든 편안하시길 바란다. 볼 적마다 인사를 했던
분이었는데~~~
갈수록 팍팍해지는 세상, 그럼에도 우리는
힘껏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