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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고향 친구 모임에 갔다 왔다.
오십 줄에 들어 시작한 부부동반 모임으로,
남편은 그 어느 모임보다 좋아했다.
그랬던 그들이 정년퇴직으로 여러 곳의 지출이 감당이 안 돼서 모임을 해체했다.
간간이 톡으로, 전화로 이어오다가 2년 만에 '번개'로 만난 그들은, 어릴 적의 모습이
그대로 있었다.
내년에 칠순을 앞둬서일까.
나이가 들면 아이가 된다더니, 그동안 사회적 얼굴로 살아온 세월을 보상하듯 점심을 먹고 소공원에서 그들이 다녔던 국민학교 교가를 불렀다. 그 얼굴이라니, 열두어 살로 보일 만큼 앳되었다. 그들은 다시 현역으로 사는지라, 그에 맞는 긴장과 당당함이 있었다. 그보다 다섯 명의 친구 중에 누구도 상처하지 않았고, 헤어짐의 아픔도 없었다.
살면서 문필봉이란 말은 수없이 들었다.
그러나 그들의 집 마을 앞산에는 '큰 키로 태어나게 하는 기운'이 있다. 그러지 않고는 옛적의 소년들 키가 180센티가 넘을 수가 없다.
그 훤칠한 소년들은 지독한 불협화음이었다.
그들도 우습던지, 노래를 부르다 '사진을 찍어달라.' 며 다소곳하게 손을 모았다.
그 모습은 '봄꽃보다 화려한 가을 단풍'이었다.
구순의 노모와 함께 사는 두 소년도,
지금도 주말부부인 소년도,
교대근무를 하고 늦게 온 소년도,
사람 관리가 제일 힘들다는 소년도 환하게 웃었다.
갑자기 생각난 듯 노모와 사는 장손인 소년이 하회탈 같은 웃음으로, 그들의 현재를 있게 한 배우자들에게 '고맙다.'라고 했다.
그 말은 울림이 컸다.
수줍은 듯 자신들의 배우자를 쳐다보는 눈길엔, 짧아서 더 강한 가을날 오후가 머물렀다.
내년에 그들의 고향 마을 소고기집에서 '칠순'의 잔치를 위해 '부지런히 돈을 모으자.'라고 다짐하면서 서로의 건강을 빌어주었다.
그들은 2026년 어느 날, 비싸디 비싼 소고기를 먹으려고 바쁜 듯이 귀가를 서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