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사투리의 지방색
사투리는 자산이다.
흔히 부산, 울산, 경남은 사투리가 비슷하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울산이 고향인 남편과 큰 시누이(누나)는 다른 곳에서는 들어본 적이 없는 '사이 느'를 쓴다.
정작 본인들은 쓰는 줄도 모르는 입말인데,
이런 말이다.
"내가 그 일을 했느는지 니가 어찌 아노?"
"그라며느는 나는 거기 안 갈란다."
처음에 잘못 들은 줄 알았다. 30년을 넘게 듣다 보니, 그 입말은 감정이 섞인 부정적인 말을
할 때 또렷하게 들렸다. 그 말이 낯설어서 다시
해보라고 하면, 남편은 언제 그렇게 말하는지를
몰랐다. 시누이는 가끔 만나서 알 수가 없었는데,
동생인 남편과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다가 분명한 '사이 느'를 발음했다. 둘만 그렇게 말하는 건 아니었다. 아침 산책길에 만난 남편의 고향 선배는 그 '느'를 고향에서 자주 쓰는 말이라고 했다.
그 선배가 시누이보다 연배라서 '사이 느'를 오래전에 말했는지 모르지만, 남편의 동생들인 시누이 둘은 사이 '느'를 말하는 걸 듣지 못했다.
영도에 갔을 때였다. 바다가 보이는 버스정류소에 서 버스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옆에 앉은 할머니가 갑자기 주머니를 뒤적이며 마스크를 찾았다. 그때 동행이던 할아버지가 마스크를 안 쓰도 된다고 하자,
"나는 기관지가 약해서 독감으는 잘 안 낫는다."
고 하셨다.
사투리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할 때라서, 귀에 '사이 느'가 그대로 들어왔다.
"할머니, 죄송하지만 고향이 어디신가요?
조금 전에 말씀하실 때 '독감으는' 이라고
하시던 데?"
하고 여쭈었다.
"내 고향은 포항인데, 고향을 떠난 지가 오십 년이 넘었는데도, 그 말을 쓰지요."
하셨다.
"네, 포항이시구나. 제 남편과 시누이가 가끔 쓰는 말이 들려서 반가워서 여쭈어 본 겁니다."
하자, 할머니가 안다는 듯 빙그레 우스셨다.
그럼 ' 사이 으나 느'는 지방에서도 잊혀져가는 말인가?
언어는 시대에 따라 변하고, 없어지고, 의미가 달라진다는데, 지방색이 있는 사투리는 말할 것도 없다. 더 없어지기 전에 조금씩 사용하면 말과 글이
더 풍성해지지 않을까.
부산 사람은 다른 지방에 살아도 돼지국밥에는 부추가 아니라 정구지를 넣는다.
그러다 보게 된 책이,
이 책이다.
책은 재밌다. 도움도 되고, 이해도 된다.
부산에서 나고 지금껏 부산에 사는 나도
'이런 사투리가 있었나?' 하는 사투리도 있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부산 사투리는 부산, 경남,
울산을 아우르는 데다. 부산은 말할 것도 없고, 울산도 공업도시라 여러 곳에서 모인 사람들로 이루어진 곳이다.
거기다 부산도, 울산도 나름의 토박이 말이 있고,
경남도 서부 경남과 남해나 고성, 진주에서 사용하는 말은 다르다.
각자의 필요에 의해 여러 곳에서 살다가 부산에
모인 사람들의 사투리라도 금시초문일 때가
많은데, 이 사전은 정말 필요한 때에 나온 책이다.
두 저자가 부산 태생이 아니라서 더 객관적으로
쓴 [쓰잘데기 있는 사전]은 부산을, 부산 사람을
이해하는 폭을 넓혀준다.
한 번 읽어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