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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빌려 쓴다고? 주문하면 바로 오잖아. 굳이?

중고거래 어떻게 하시나요?

by Shiny

육아를 막상 시작하게 된 때의 일이예요.


필요한 것들이 시기별로 등장했어요.

물려받을 수 있고, 구매할 수 있으면 좋았죠.


그마저 여의치 않은 때, 몇 개월 쓰고 마는 모빌 같은 것들을 살 때,

당근의 등장은 참 고마운 일이었습니다.


(신생아용 아기체육관, 피셔스프라이스 모빌은

여전히 당근 알람 띄우고 1분 컷이라고 합니다.)


젖병소독기, 피셔스프라이스, 점퍼루 등,

국민육아템으로 키워드를 설정해두는 건 중요한 일이었어요.


이것만 있으면 우리 아이를 잘 키울수 있어, 10분 의 짬을 벌수 있어.

후기가 자자한 육아템이 몇 개 있었어요.



아이 아빠가 마스크를 끼고 나가, 두리번 두리번 당근맨/걸을 만나 접선해요.

딱 봐도 그런 분위기를 풍기는 분이 꼭 있어요.

머니가 오고 가고, 물건 맞죠? 몇 마디 나누지도 않아요.


그렇게 아빠가 구해왔다! 하며 들이민 물건들이 있었어요.

아빠는 필요하다 여겼지만, 엄마의 눈엔 차지 않기도요.


그런 것은 평화로운 일상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 되기도 했어요.

"이건 좀 새걸로 사자" 범보의자가 그런 것이었어요. 아이엉덩이에 꽉끼는데, 아빤 좋대요.

자기가 구해왔는데 칭찬부터 해주라는, 그런 일들이 있었어요.


아빠사자가 먹이를 구해왔는데 엄마사자가 핀잔을 준다 그런 상황이요. 동물의 왕국인가.


#당근을 하며 알게된 점 1

우리는 육아라는 처음 겪는 일로 전에 없던 칭찬을 바랐다, 인정을 바랐어요.


우리가 알고 산 세월이 얼만데 갑자기 왜 그래? 하면서도

육아는 그런 낯선 변화를 가져왔어요.


미끄럼틀을 들인 날도 그랬어요.

상세설명과 달리 부품이 낡았거나, 부피가 크거나 한 경우가 있단 말이예요.

내가 이럴 줄 알았나, 하는 야 나도 좀 거시기 하다 하는 와중인데,

이런 건 왜 사 왔냐는 듯한 시선을 보내기도 해요.

덩치가 큰 것이라 같이 차타고 가서 구해왔는데 말이예요.


괜찮아 다시 재당근 하면 돼. 쿨한 답을 했지만요.

그러면서 슬슬 조금씩 서운함도 틔웠어요.


당근으로 들어온 건 재당근도 쉬웠어요. 저런 물건들일 경우엔 혼자 알아서 했어요.

우린 정말 속속들이 다 알고 있다 여겼어요.

결혼 전에 여행많이 다니면 서로를 다 안다면서요? 이사람은 내가 빤해 하면서도.

아직도 알아야 할것이 있단 말인가? 싶은 그런 일들이 생기더라니까요.

육아를 하면서 말이예요. 당근도 덤이었습니다.


#당근으로 알게된 점 2

서로 다른 가치관을 확인하고 부딪히고 맞춰가는 일.

그런 일들은 앞으로도 계속 될 거라 봐요.

뒤집던 아이가 자라 안심했는데 어느날 또 달라져 새로 적응하듯 말이예요.




아이가 기고, 앉고, 걸으면서 필요한 물건들, 한철 입고 마는데

너무 상태가 좋은 물건들 그런 것은 당근으로 많이 내보냈어요.


아이는 가끔 어릴 적 사진을 보다가 이건 어디 갔냐고 물어요.


-응 당근에 팔았어. 그러면 아이는 말해요.

-엄마, 나도 당근에 팔 거야?

-응 아니야, 당근에서 안 사가. (T엄마의 대답)

-응 그래? 다행이다 ( T 아이의 대답)



좋아하던 펭수인형의 존재를 묻던 날은 이렇게 말해줬어요.

-엄마 이 펭수인형 어디 갔어?

-응? 펭수 연습생 한다 그래서 EBS 보내줬어.

-아, 그래서 TV에 나오는 거야?

-응.........(엄마는 사실 뭐라 말해야 할지 몰랐어요.)


그러다가 얼마뒤엔 사실을 말해줬어요.

펭수 좋아하는 친구가 있어서 보냈다고,

사가는 아저씨가 딸내미 준다고 신나서 안고 갔어. 라고요.


#당근으로 알게된 점 3

아이는 이제 당근이 뭐 하는 것인지 알았어요.

-엄마, 나 이거 이제 안 써, 응애응애 아기 줘도 돼.




도시 생활은 그래요. 어디선가 물건을 빌려올 수도,

빌려줄 사람도 없는 낯선 땅이예요. 우리가 그렇게 살았는지도 이웃이 뭐하는지도 모르니까요.


당근, 중고거래는 그랬어요.

누군가가 준 필요했던 물건, 그런 것을 주고받는 장이 되었어요.

우리는 소비하는 삶을 살고 있어요.


#당근으로 알게된 점 4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것, 빌려올 수 도 있었어요.



보라카이 생존기라는 유튜브를 즐겨봤어요.

필리핀 친구가 집에 초대를 하던 날이 있었어요. 채널주인이 방문을 했구요.

삼겹살 파티를 하려고 했대요. 필리핀 친구는 부르스타가 없어서 옆집에서 빌려왔다고 말해요.

옆집에서 빌려왔어.....? 어.... 그런 선택지도 있네?

우리는 그런 옆집이 있나?


주문하면 당일, 새벽 배송되는 것이 있는데 굳이 뭘 빌려 이런 분위기예요.

빌려달라 하는 것은 민폐인가 아닌가 논란이 일 수도 있구요.

주민센터에서 공구 빌려주나요? 하던 문의글도 당근에 올리던 저였어요.

우리는 다닥다닥 붙어살면서도 온라인에서 대화를 하는 시대에 살아요.


당근은 돈이 매개가 되어 움직이는 시장이예요. 그건 분명해요.

육아를 하는 입장에서는 필요한 품목을 잘 골라,

잠시 빌려 쓴다는 의미가 더 컸어요. 그래서 당근의 등장은 반가웠습니다.







질문 ) 당근 하며 구매해 본 육아템 중에, 젖병소독기, 피셔스 프라이스 있다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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