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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 하려고 외출했다. 연결되고 싶었다.

코로나시대 육아란 그랬어요. 비대면, 마스크, 거리두기.

by Shiny

코로나가 한창 시작될 무렵 아이가 태어났어요. 그때 우리에게 내려진 행동지침은

비대면, 마스크, 철저한 거리두기.


신생아가 있을 땐 더 그랬어요. 사람을 만나지 못했어요.

아이가 태어났는데 엄마, 아빠, 아이 이렇게만 있었어요.

딱 우리 셋 뿐이야. 여기 이곳에.


섬이었어요. 그때는 다들 각자의 섬에 살았겠죠.

지금이 얼마나 고마운 세상인지, 다시 한번 느껴요.


사람들은 일터에 나가고 대중교통을 타고 했지만 적막했어요.

기침이라도 할 새면 얼굴을 푹 숙여야 하는 때였어요.

코가 간지러워서였어도 그랬네요.


아이를 키우면서 100일간은 집에 있었죠.

계절상 그러기도 했고, 사회적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이 시기는 생존이 목표였어요.


낮밤으로 아이를 돌보다 적응하고, 점차 아이가 어른사람처럼 10시간을 자게 된 때였어요.

그제야 한숨을 돌렸어요. 이제 엄마도 여느 사람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이 올라올 때였죠.


아기띠를 하고, 유모차를 태울 수 있는 무렵이 되었어요.

당근 거래를 하면서 외출을 할 수 있더라구요.

집이 답답하던 시기였어요. 집에만 콕, 방콕도 하루이틀이지. 그렇잖아요.


식재료나 이런 건 무거우니 마트서 주문을 했어요.

대신 아기띠를 하고 나가 아기용 물건을 사 오는 일 정도는 할 수 있었어요.

당근은 그런 기회를 만들어 줬어요.


집콕하던 엄마가 바깥나들이를 한다. 그런 목적.

다시 말하지만 그때는 비대면,

목적 없는 외출이 금지되던 시기였어요.



아기에게 필요한 물건들은 그렇게 크지도 않았어요.

머리 쿵 방지 헬멧, 머리 쿵 방지 꿀벌가방 뭐 그런 아이템들이요.


바깥의 해는 눈부셨고, 나가서 걷는 한두 걸음은 활기가 되었어요.

버스를 타고 볼풀공을 사 오던 날이 있었는데,

그땐 판매자분이 버스를 타게 도와주시더라고요.


사람 사는 걸 느꼈어요. 사람을 만나고 싶었나 봐요.

당근으로 엄마들이 물건을 거래하려고 만나고 있었어요.


100일 되기까지, 그리고 6개월이면 200일,

아이 이빨이 아래 두개, 위에 두개 올라오면

이유식을 쑤며 집콕해야 하는 시기예요.


이런 시기는 지금 엄마들도 겪고 있어요.

코로나가 아니어도 말이에요. 그 시기가 참 그래요. 지나 본 엄마들은 알 거예요. 누구나 겪어봤는데 지나면 또 잊어먹고, 혼자 보내고 있는 엄마들이 참 많을 거예요.

가족도 있고, 영상통화도 할 수 있는데 왠지 외롭습니다. 그 시기를 거쳐 내 아이가 삑 하면 응 이거다,

앵하면 응 저거다 하고 잘 아는 시간이 돼 가요.

남편은 근속 기념 상패까지 받아왔어요. 와우.

연결이 중요했어요.

아이와 단짝으로 연결되었지만 사회적인 연결,

어느새 그것이 고파지더라구요.


누가 그러래? 누가 엄마하래? 하는 질문도 있더라고요? 이런 건 줄 저도 몰랐죠. 누군가가 하는 말에 공감과 연민보다 제탓으로 돌리는 말이 들려오는 시대인 것이 안타까워요.


그렇지만 해본 분들은 알아요.

엄마들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애기 아빠들은 알죠.

그러니 엄마들은 그런 데서 응원을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어요.

코로나 시기에 다 같이 단절되어 봐서 알았던 것 처럼, 연결은 큰 힘이 되고, 목표는 자유로움 이예요.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를 했어요. 이제는 벗었고 필요 없어졌어요. 그러나 여전히 각자의 삶이 치열하고 바빠요.


그럴 수도 있구나, 보편적인 이야기,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게 되었어요.

다양한 생활 양식, 직업군, 개별화된 삶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의 등장이 어려워요.

들어봐야 아는데, 그럴 시간이 우리는 없잖아요.


아무튼 당근은 활기를 줬어요.

더 열심히 비우고, 거래하고, 약속을 잡고, 같은 물건을 쓰는 사람을 만나러 다녔습니다. 아이를 주제로, 물건을 주제로. 잠깐의 대화라도요.


당근으로 유모차를 구해오고 나서는 아이를 태우고 동네를 걸었어요. 남편과 같이, 아이와 단 둘이.

우리는 외출을 했고 걸었고 여전히 얘기를 했습니다.


이후에 보니 당근은 커뮤니티 기능이 활성화 되었더라구요. 지역카페, 직업군 카페, 그런 커뮤니티를 들어가야 하던 것이, 근거리 라는 것으로 묶이고 다가왔어요.

연결의 가치, 코로나 이후로도 이걸 만들어가고 있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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