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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오리와 흑기사, 그 날의 회식자리

스스로 버티거나 나가떨어지거나, 사회는 그런 거야?

by Shiny

오늘은 누가 온다고?

-00동 회오리바람.

-그게 뭐야? 사람이름이야?


회식을 앞두고 모이는 멤버를

세어보다가 나온 말이다.


선선한 가을 옷깃을 여미며 들어선 어느 식당.

스테인리스 상판이 반짝인다.

하나 둘 자리가 채워지더니 검은 가죽재킷을 입은 사람이 들어선다.


-저기, 회오리다.


잔이 오고 간다. 무슨 얘기를 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오직 저 회오리에 휩쓸리지 않겠다는 것뿐이다.

간만의 친목으로 화기애애한 자리 속,

조용한 각자도생이다.


치사량은 이미 넘겼다. 심장소리가 목에서 들리고 있었다. 얼굴의 열기가 스스로도 느껴질 만큼.


그런데 저 태풍인지 회오린지가 뭐라 하며 잔을 따르는 거다. 자기가 마시면 원샷으로 돌라는 거다.

-저거 뭐냐

-지가 대장이냐


지지 않을 거다, 왠지 그러고 싶었다.


-한잔 더 돌려!


눈앞에 잔을 들었다. 조명이 담기도록 쳐다본다. 독한 것이 왔다. 그 순간 옆에 있던 친구가 낚아챈다.

-언니 이리 줘요.


태풍이 휩쓸고 간 자리는 참 컸다.

젖은 종이박스처럼 무거워진 우리는

걸었다. 그러면 술이 좀 깰까 해서,

지하철까지 비틀거리고 있었다.


-언니 회오리 별거 없네요, 또 오라 그래요

-너만 있음 돼. 고마워


우리는 뭘 그렇게 이기고 싶었을까.

그깟 회오리.






날 구해준 우리 슬기 씨.

혼자 살아남는 것인 줄 알던 사회생활에

따뜻한 손을 내밀어 주었다.

십 년이 지난 지금도 생각나는 고마운 사람,

이 걸 쓰고 연락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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