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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방수할 때 주민 동의 받기, 이게 쉽게 된다고?

누가, 언제, 어떻게, 고치냐?

by Shiny

여름날 장마에 비를 잔뜩 맞더니

우리 집 천장 석고보드가 부풀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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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똑 똑 물이 떨어졌다. 침대 이불 위로, 베개 위로.

비상이다! 리락쿠마가 그려진 세숫대야를 가져와 받치고

수건을 집어넣어 빗물이 튀어나가지 않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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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도 아니고 안방 침대 위였다.

천장에 구멍을 뚫어 물을 쏟아내고

콧구멍처럼 뜯어 쓰는 행주로 막았다.

그러고 큰비가 지나고 나면 또 괜찮아졌다. 다음 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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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은 뽕 났는데 제일 꼭대기층인 우리였다.

옥상방수를 하자고 주민을 모아야 했다.

(빌라는 옥상이 공동구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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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그런 게 결정되는 게 일사천리가 아니니

그전까진 자비로라도 막자, 이사를 갈까?

이것 때문에 스트레스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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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대장인 나는 임시방편으로 외부에 방수테이프를 사서 발라두었다.

효과가 좋았다. 이걸로도 괜찮았다. 천장 콧구멍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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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주민 대표가 되고 올해 일을 진행했다. 주민들의 동의를 구해 자금을 모으고, 업체를 선정하고, 방수작업을 한 것이다. 옆에서 보는데 일이 많다. 누구는 집주인이 안 해주고 누구는 사정이 있고, 그럼에도 합의가 되어 숙원사업이 이뤄졌다. 너무 좋았다. 더 이상 비가 새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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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키를 잡은 건가? 그런 거 같다.

그리고 생각보다 주민들은 공동영역 일에도

내 집인 것처럼 동의하고 행동해 줬다.

법으로 같이 하는 거라고 해도 쉽지는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그게 참 고마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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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더 이상 새지 않는다.

그리고 천장 콧구멍도 막았다.

마지막 방수 테스트 후 다이소에서 사 온 방수벽지로 막고 난 뒤 다. 석고가루를 청소기로 돌리고, 이불을, 이제 이불을 정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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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은? 쿵쿵 소리가 나서 보니

남편이 세탁기에 가져가 돌리고 있었다.

이마저도 주인이 되었다. 참 감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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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만은 여태 10년이 되도록 내가 세탁기에 돌려왔었다.

이날 남편이 이불을 돌려본 이후로 종종 우리 집 세탁기가 자동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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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고 칭찬을 하기도, 그리고도 스스로도 해주니 참말 고마울 따름이다.

세탁물 ㅡ 세제 넣기ㅡ버튼누르기ㅡ건조 기 돌리기ㅡ먼지 털기 등을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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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도 혼자 자취할 땐 다 한 거 아니냐며, 근데 왜 이제 내가 다하지??? 물음표 가득했던 적도 있다. 그러면서도 혼자 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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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을, 이거 좀 같이 하자.

말해본 적이 없던 거다. 그런데

생각보다 같이 하자 말하고

그럴 때 같이 하는 게 이렇게 쉬운 일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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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어찌 된 일인지다.

이마저도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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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주인이 되었다.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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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둘 다 주인이 되었다.

그럴 때 움직인다. 같이 움직인다.

내 일처럼 서로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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