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도 안 하지, 청소도 안 하지, 을매나 좋은데요.
한 달간 밖에서 캐리어 하나로 지낼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는
그 동네가 여름이라서였습니다.
옷도 많이 필요 없고,
빨래도 맡길 수 있었어요.
그러니 짐이 많이 줄었습니다.
집안은 잠만 자거나, 잠시 들러 쉬는 곳.
눈뜨면 밖으로 나가니까
집 안을 채울 것이 필요 없었습니다.
숙소에 오래 머문다면
수납할 곳, 일상 짐은 늘어갈 것이고요.
그렇게 한 개 두 개 늘어난 손톱깎이부터 머리빗
헤어드라이어, 이런 것들로 시작해서
결국은 필요해서 들고 있게 된 우리 옆의 물건들이에요.
심지어 여행지에서는 밥도 안 해 먹으니
냄비도, 청소도구도 필요 없었습니다.
청소도 매일 고맙게도 누군가가 해주니 을매나 좋아요
현실에서 채워야 할 수고를 덜어버리는 일.
여행지에서는 해야 할 일,
내가 선택한 일인 여행에만 집중하면 되었어요.
일상으로 돌아온 뒤엔
다시 필요해진 것들이 있어요.
물건들과 수납공간,
누군가의 수고까지도요.
캐리어 하나로 단출했던 삶이
이렇게 늘어나게 된 건
잠시 머물다가거나, 눈감고 딱 하나만 집중하는 삶이
아니어서인 것 같아요.
아이와 놀 장난감도, 밥 해 먹을 냄비와 도마,
계절옷, 이불들, 손님용 베개까지도 갖고 있어야 하니까요.
그리고 그걸 좋아서, 필요해서 선택한 것이니까요.
이왕 가지게 된 것은 수납해서 쉽게 꺼내 쓰고, 넣어두려고
맨날 이리저리 가구를 옮겨보고 있어요.
동선 재배치가 제가 찾은 답입니다.
- 겨울 옷이 박스에 접혀서 옷장 한 칸을 채웠어요.
부피가 큰 패딩과 두꺼운 바지도 생존을 위한 필수템이예요.
- 한 번 들어가면 다시는 열 일 없는 옷장, 이곳을 자주 열고 닫게 만든다면 일상 속 짐을 집어넣을 수 있겠다!
(한 평이라도 아쉬워서 스토리지 서비스도 찾아본 저는)
- 그렇게 벙커로 쓸만한 곳을 찾아내고 마는데, 그건 바로 침대 밑 공간이었습니다. 수납침대가 아니어도
매트리스와 하부 판을 들어내니 커다란 공간이 나오더라구요?
-아 진짜 아이디어 좋다! 스스로 감탄하는 이런 식입니다. 동선 재배치는 아이디어를 내기에 좋습니다.
그 후에 편해진 이 공간
사람 사는 이 공간은 함께 요리하고
같이 청소, 빨래도 개면서 지내요.
누군가를 초대하면서 같이,
하고 싶었던 오늘의 것을 하면서 혼자
그렇게 현실을 살아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