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몇 살이니”근데, 너 왜 나한테 반말해?

놀이터 관찰자의 사심 가득 담은 이야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잖아.

by Shiny


대형 서점이나 문구점에 가면 종종 보이는 것이 있다. 캐릭터 도시락 만들기 용품이다.

김을 컷팅해서 눈, 코, 입, 리본을 붙이고, 밥을 귀여운 모양으로 눌러 담는 것들이다.

야채도 갖가지 하트, 등으로 잘라낸다. 아이가 새로운 반찬을 접할 때 그런 걸 써볼까? 둘러본 적이 있다.


일본에 사는 어떤 엄마와 이야기를 하며 알게 된 사실은 이렇다. 아이 유치원에 도시락을 싸가야 한다고 했다. (그분 말에 따르면) 급식이 있는 날이 있지만 매일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만들고, 붙이고 한다는 것이다. (나처럼 맛있게 골고루 잘 먹으라고)


급식이 당연한 게 아니었구나.

더 찾아보니 초중고로 이어져도 급식하는 곳, 도시락을 싸야하는 곳이 섞여있다고 했다.

학생들이 자라면 캐릭터 대신 일반적인 밥과 반찬구성의 도시락을 싼다고도 했다.

일본의 것엔 도시락이 자주 등장한다. 만화 주인공들도 도시락을 싸고, 사람도 그렇다. 어려서부터 접하는 도시락이 관련있지 않을까? 추측해 봤다. (의견주세용)




오늘 할 얘기도 어려서 부터 접한 것들에 대해서다.


아이가 어릴 때 인사는 이렇게 흘러간다. "몇 개월이에요?" "비슷하네" " 우리 애는 00인데 " "친구네" "언니, 오빠, 동생이야, 인사해 빠빠~" 엄마, 아빠, 보호자분들의 화기 애애함 속에 오고 가는 말들이다.


아이가 자라 걸어 다니고 뛰다닐 때, 손을 잡고 걸어가면 어른들의 인사는 이렇다.

" 너 몇 살이니? " "이름이 뭐야?" 어른들의 눈에 귀엽고, 조그맣고, 말을 하면 대답해 줄 아이는

대답을 하기도, 뒤로 숨어 경계하기도 한다.


나이, 개월에 익숙해지는 건, 시기별 발육, 시기별 접종, 이런것들을 접해서이기도 할 테다.

아이가 어릴수록 특정 행동을 할 수 있는가는 중요하다. 발육 포인트기 때문에, 00개월에 뭘 하는걸 봐야 한다. 그런 아이 수첩을 받아든다.

(세 돌이 넘어가고 난 뒤에는 개월수도 추정치가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이 00개월에 나도 모르게

스윽, 비교를 담아 말하는 것이었다. (아차 싶었다.)

00개월에 말을 하고, 00인데 걷고 뛰고.

(지나고 보면 이젠 좀 조용하고, 밤에 안 뛰었으면...인 것을)


이후로는 나이를 묻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처음 보는 아이에게 건넬 말이

뭐가 있을까. 바로 떠오르는 게 없는 거다.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다.

처음 만난 사이, 대화가 어찌어찌 이어진다.


그러다 아이들끼리 체크하는 게 꼭 있다.

"너 몇 살이야?" "야 그럼 형/누나/언니/오빠라고 불러" " 야 너 반말하지 마 "


멀찌기서 보는 내 눈에, 이들 사이 반말이란 도대체 뭐야? 하는 궁금함이 드는 것이다.

가만 보니 손윗사람이 말하는데 대답이 마음에 안든다면 "반말"로 여기는 거였다. (뭐야 이게)

어 그래? 하고 의견을 들어주는 친구들도 있지만, 그냥 따르라는 친구들도 있었다. (거참)


관찰자로써 보기에, 어린이들이 서열을 접하고 있었다. 어른들의 개입 없이 그들끼리.

그러지 마 말리거나, 왜 그래야 하는데? 되묻는 친구는 없었다. 서열문화 노출은 아주 자연스러웠다.

(같은 나이끼리는 그렇지 않더라도 말이다.)


한 가지 더 고려해보면, 각 가정에서 형제, 자매의 순서도 관련이 있겠다.

형/누나니까, 언니/오빠니까, 그리고 네가 동생이니까. 이것도 한 몫 할 듯하다. (K장녀인 나로써도, 언니,누나 중요)


밖에서 만난 아이들은 정보를 얻으려 탐색하는 걸까?

내 말을 잘 들을지, 같이 놀게 끼워줄 지, 아닐지. 그런건가? (아이들에게 인터뷰를 해보고 싶다.)

그냥 이름 부르면 어때 얘들아,

하는게 마음의 소리였다.

애들사이에 서열은 중요해보였다.

(실은, 우리 애가 노는 중에 막내여서 해보는 소리다.)




사회에 나온지 오래, 이제 나이 세는 법을 잊었다.

달력을 넘기면 몇 살이야? 보다 00년생. 말하는 게 편해졌다.

상대에게도 무슨 띠, 또는 년생으로 넘겨주고 만다.

혹은 먹을 만큼 먹었어. 에이 나이가 무슨 상관이야 하기도.

나이는 공개하지 않는 개인 정보가 되었다. (추측은 해볼지언정)


이렇게 숫자를 잊어버려도 괜찮아질 때 까지는 꽤 오래걸린다.

그동안 우리 아이들은 얼마나 많은 숫자이야기 를 듣는걸까.

"너 몇 살이야" 그게 정말 중요한 걸까?


인사로 시작한 언어가 서열화에 힘을 보탰다고 말하면 비약인 걸까.


그러나 이런 생각도 드는 것이다.


몇 살에는 뭘 하고, 몇 살이면 뭘 이뤄야 하지 않냐고 말하는 문화를 가졌다.

이말을 들으면서 좋아하는 사람은 못 봤다.

여기에 답가는 그냥, 주변애들은 뭐 하는데 나는,,, 하소연으로 시작한다.

나는 주변에 비하면 이만치는 했어. 라는 위로 또는 안심하는 말이 되기도 한다.

중요한 포인트는 계속 비교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24살의 고민이 반오십이 가까웠어, 라고 하면 어른들은 '어디서 그런소릴' 이라 하겠다.

그땐 또 그것이 나름 이야깃거리다. 저마다 얹고 있는 나이의 무게는 있는 것이다.

단, 타인과의 비교가 아니었음 한다. 스스로에게서 나온 고민거리였음 한다.


어제의 나와 오늘을 비교하는 것,

24살의 나는 23살보다 성장했나? 이런거 말이다.

비교는 이럴 때 써야하지 않냐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나이가 뭐가 중요하냐고, 배우고 도전하는 거에는 나이가 없다고 말하는

머리 하얀 할아버지의/할머니 의 말에는 하트가 무수히 박힌다.


그렇다면 누구도 반갑지 않은 나이얘기 대신에

새로운 인사말을 해 볼 수 있잖아? 하는데 이르는 것이다.


언어가 곧 문화를 만든다고 본다.

게다가 세살 버릇은 여든간다고 하지 않나. 내 생각은 그렇다.


당장 떠오르진 않는다.

떠오를 때 까진 그냥 인사를 안 하고 넘어갈 수 도 있다.


하지만 나도 귀여운 친구들을 보면 (강아지라도) 말을 걸어보고 싶다.

어쩌나 참. 그러니 뭐가 좋을까.


-안녕, 참 ~ 하구나. ( 시작부터 말문이 막힌다. )

-안녕? 손을 흔든다. (인사다)

-안녕? 00색을 좋아하니? (입은 옷을 보며)

-안녕? 좋아하는 게 뭐야? (들고있는걸 보며)

-안녕? 이거 봐라 ~ (흥미유발?)


초면에 할 수 있는 인사를 모른다.

그렇다면 외국서는 어떤 인사를 할까, 궁금해지는 것이다.


(이 글을 보실 여러분에게 토스해 봅니다. 다른 사례, 또는 예시가 있다면 댓글로 부탁드려요. )

놀이터 관찰자의 사심 담은 이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문화 :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일정한 목적 또는 생활 이상을 실현하고자 사회 구성원에 의하여 습득, 공유, 전달되는 행동 양식이나 생활양식의 과정 및 그 과정에서 이룩하여 낸 물질적ㆍ정신적 소득을 통틀어 이르는 말. 의식주를 비롯하여 언어, 풍습, 종교, 학문, 예술, 제도 따위를 모두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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