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경기와 호르몬제 복용
지난 주말, 고등학교 동창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예전엔 아이 키우는 이야기, 시댁 이야기, 남편 이야기로 밤을 새웠는데, 이젠 다들 건강 이야기를 합니다.
어디가 안 좋다, 뭐가 좋다 하는 정보들이 넘쳐났고 보통은 "아~ 그렇구나~" 하고 넘어갔지만 이번엔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주제는 바로 여성호르몬제 복용. 의견이 분분했고, 한참을 이야기하다 결국 결론을 못 내고 아쉬운 인사를 나눴습니다.
저도 완경을 겪은 여성으로서 여성호르몬제 복용에 대한 고민이 깊었습니다. 의사 선생님들 대부분은 “꼭 드세요”라고 하셨지만, 솔직히 이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여성호르몬제 먹으면 유방암 걸린다면서요?"
그랬더니 선생님은
“유방암보다 골다공증이 더 무섭습니다. 꼭 드세요.”
이 말에 오히려 의문만 커졌습니다. “그럼 진짜 유방암이 생긴다는 건가?”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먹는 대신 음식으로 여성호르몬을 보충하자!
아마씨, 대두, 석류 등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풍부하다는 음식을 찾아 잘 챙겨 먹기 시작했죠.
요리를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도,
선생님 친정어머님도 여성호르몬제를 꾸준히 드시고 계십니다.
놀라운 건,
두 분 모두 무릎, 관절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
선생님 친정어머님 친구분들은 무릎이 아파 여행도 못 가시는데,
선생님 친정어머님은 팔팔하게 잘 다니신대요.
선생님도 60대 중반이신데 하루 대부분 서서 일 하시는데,
아무 문제 없으시고요.
그리고 최근, 저보다 다섯 살 많은 언니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식습관도 좋고, 운동도 열심히 하시며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시던 분인데
갱년기 증상은 그야말로 너무 심각했다고 해요.
특히 짜증과 화가 심하게 나는 변화는 가족들도 놀랄 만큼 달라졌다고 합니다.
(정말 소리 한 번 안 지르시던 차분한 분이거든요.)
결국 친구의 권유로 대학병원을 찾으셨고
진료 후 여성호르몬제를 복용하기 시작하셨는데,
약을 먹고 나서 눈에 띄게 증상이 호전되었다고 해요.
“요즘은 여성호르몬제 먹는다고 유방암 생긴다는 거, 예전 얘기야.
주기적으로 검사받으면서 복용하니까 걱정 없어.”
이 이야기를 듣고 저도 마음이 한결 놓였습니다.
혹시… 약이 꼭 나쁜 건 아닐까? 진짜 여성호르몬제가 유방암을 일으키는 걸까?
그 궁금증을 안고 해외 임상 논문들을 찾아봤습니다.
미국 국립보건원이 진행한 대규모 연구입니다.
에스트로겐-프로게스틴 병용요법: 유방암, 심혈관 질환, 뇌졸중 등 위험이 높아져 조기 종료
에스트로겐 단독요법: 유방암 위험은 상대적으로 낮고, 골다공증 예방에 효과
➡️ 이 연구는 호르몬 치료의 이점과 위험을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호르몬 치료 시점에 따른 효과 비교 연구입니다.
완경 후 10년 이내 치료 시작 시: 심혈관 건강에 긍정적 영향
10년 이상 지난 경우: 효과 크게 없음
➡️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영국의 대규모 연구입니다.
병용요법은 유방암 위험 증가
단독요법은 상대적으로 위험 낮음
➡️ 복합제제보다 단일제제가 더 안전할 수 있다는 시사점이 있습니다.
다행히도 자연 속에도 여성호르몬과 비슷한 작용을 하는 피토에스트로겐이 있습니다. 다음 음식들이 그 대표주자입니다:
콩류: 두부, 된장, 청국장, 에다마메 (이소플라본 풍부)
씨앗류: 아마씨, 참깨, 해바라기씨 (리그난 풍부)
견과류: 아몬드, 호두, 캐슈넛
채소류: 브로콜리, 케일, 양배추 (항산화 성분도 풍부)
과일류: 석류, 사과, 딸기 등
➡️ 균형 잡힌 식단이야말로 몸이 원하는 진짜 건강법일지 모릅니다.
완경 후 여성호르몬의 급감은 단순한 생리적 변화가 아닙니다. 우울감, 불면증, 골다공증, 관절통까지… 삶의 질을 좌우하는 변화입니다.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증상을 관리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걸 다 하고도 여전히 불편하다면, 의사와 상담 후, 에스트로겐 단독 요법을 고려해 보는 것도 하나의 선택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고민을 숨기지 않는 것입니다.
병은 숨기지 말고 자랑하라는 말처럼, 내 증상, 내 루틴, 내 경험을 나누는 것.
그게 어쩌면 가장 따뜻한 치료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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