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생강청 그리고 탁구

by 새라

어제까지만 해도 청바지에 반팔을 입고 다녔다. 어느 동네에서는 때아닌 벚꽃이 피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예년 같으면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는 계절'이라 했을 텐데, 올해 10월은 늦여름처럼 차가움보다 시원함이 더 컸다. 그런데 오늘 아침 출근길은 긴팔 재킷을 걸쳤는데도 싸한 기운이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하루 만에 기온이 10도가 떨어진 탓이었다. 하룻밤 사이에도 겨울이 올 수 있다는 말을, 몸으로 실감한 아침이었다.


훅 하고 찾아든 찬바람 때문인지 목이 컬컬하더니, 일하는 내내 목구멍이 두꺼워지고 있었다. 주말에 시댁 형님이 건네준 생강청이 생각났다. “이거 내가 직접 착즙 해서, 설탕 넣고 끓인 거야. 물 한 방울도 안 들어갔어. 특별히 주는 거니까 뜨겁게 마셔봐” 아쉬운 대로 집에 있는 생강청 대신 뜨거운 물로 조금씩 목을 축였다. 따뜻한 목 넘김에 통증이 살짝 사라지는 듯했다. 그사이 콧물도 훌쩍거렸다. 으스스 추위가 느껴지는 것이 불쑥 한 해의 마지막 달인 12월을 떠올리게 했다.


작년 이맘때 나는 탁구에 대한 의지로 가득했다. 연초에 탁구 초보 그룹(오름부)에서 같이 연습하던 세 명 중 두 명이 승급했고, 나 혼자 남았다. 그해 마지막 승급 대회에 나갔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내년에는 꼭 금강부로 올라가야지.' 2025년을 기약하며 겨우내 연습을 이어갔다. 벌써 1년이 지났다. 여전히 나는 오름부고 실력은 좀처럼 늘지 않는다. 대회에 나가면 누구보다 느린 사람이 나다. 그렇게 매번 허탈한 웃음으로 경기장을 나왔다.


아직 2025년 마지막 승급 대회가 남아있다. 지금까지 보다 더 집중이 필요하다. 실력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어쩌다 대진운이 좋으면 토너먼트에 올라갈 수 있겠지만, 실력 없이는 금세 무너질게 뻔하다. 경기의 품격에 신경 쓰자. 어떻게 게임을 했는지가 중요하다. 상대 라켓은 잘 봤는지, 공을 잘 따라갔는지, 제대로 자세를 잡았는지, 박자는 잘 맞췄는지, 필요한 백스윙은 제대로 했는지. 머릿속 생각들이 몸으로 스며들기를 바란다. 과정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대회에 대한 부담도 가벼워지겠지.


정성 들여 착즙하고 진득하게 끓여 낸 생강청만큼이나 연습에 진심을 담아야겠다. 느리게 익어도 괜찮다. 나만의 진득한 탁구를 만들어 보기로 한다. 약한 불로 오래 끓여낸 생강청처럼 그렇게 깊이 있게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뜨거운 생강차로 차가워진 마음을 다시 데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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