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절대 반지와 착시 머리띠(이전 글https://brunch.co.kr/@5c9a492eafca4db/52)를 선보인 구장 회원이 이번에는 동호회 밴드에 물리 공식 F=ma(뉴턴의 제2 법칙, 가속도의 법칙)를 선보였다. 뉴턴이 등장한 것을 보면 상당히 유명한 법칙 같은데 내 기억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여기서 F는 힘(force), m은 질량(mass), a는 가속도(acceleration)다. 힘은 질량 곱하기 가속도. 운동의 변화는 가해진 힘에 비례하며 힘이 가해진 방향으로 일어난다는 이론이다. 혹시나 이런 지식을 알면 탁구 실력이 나아질까, 길고 친절하게 설명한 글을 읽고 또 읽자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의 글은 탁구에서는 공과 라켓이 만나는 순간, 라켓의 ‘가속도’가 아니라 ‘속도’가 공의 세기에 관여한다는 말이었다. 설명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론은 고사하고 탁구라켓도 꽉 잡지 못하고 손바닥 사이에서 헐렁거리는데 ‘속도’의 임팩트는 어찌 주란 말인지 까마득했다.
챗GPT가 떠올랐다. 챗GPT는 각종 상황별 인사말은 기본이고, 프로필에 논문, 발표자료 작성 등 질문에 따라 답이 척척 나오는 엄청난 정보를 가지고 있는 인공지능 AI다. 화가 못지않게 그림도 그려주는 데 진짜 사람이 그린 그림과 구별도 어렵다. 갈수록 정보가 쌓이고 업그레이드돼서 더 정확하고 정교한 답안이 나온다고 한다. 내가 글을 읽음과 동시에 내 몸에 그 이론이 장착되는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글로 습득한 정보를 가지고 몸으로 그대로 표현하는 거 말이다. 탁구 칠 때 로봇 같다는 말은 자주 듣는데 아직 로봇처럼 완벽한 기능이 탑재되지는 않았다. 그 기능만 있다면 국가대표 신유빈 선수가 옆에 와도 ‘유빈 양! 잠시 쉬고 있어! 내가 대신 뛰어줄게’라고 말할 수 있을 텐데. 비록 이론은 이해하지 못했지만, 챗GPT에서 신유빈 선수까지 상상이 이어지면서 잠시 꿈꾸듯 즐거워졌다.
“무슨 말 하는지 다 알겠는데, 몸이 안 돼요!’ 회원들이 조언해줄 때마다 나도 모르게 나오는 말이다. 내 몸을 지탱하기 위해 애쓰는 고마운 다리를 괜스레 두드리며 투덜대지만, 정답은 알고 있다. ‘될 때까지 계속하는 거, 몸이 반응할 때까지 그냥 하는 거’. AI가 아닌 한 0.1초도 안 되는 순간에 습득할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운동의 기본은 어깨에 힘을 빼는 거다. 어깨에 힘이 빠져야 공에 힘 전달을 제대로 할 수 있다. 공에 가야 할 힘이 어깨와 팔에서 끝나버리면 센 공을 보내기 어렵다.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어깨에 힘 빼세요” 절대 쉽지 않다. 알쏭달쏭한 ‘F=ma’ 글에 댓글을 남겼다. ‘어깨에 힘이 빠질 때쯤 이해될 듯합니다.’
나의 댓글에 그 회원이 남긴 글이다.
“몸에 힘을 빼야 하지만 라켓에 힘을 줘야 하고, 스윙 스피드는 높아야 하지만 세게 치려고 하면 안 되고, 빨리 준비해야 하지만 급하면 안 되고, 천천히 쳐야 하지만 느리면 안 되고, 이론을 알면 좋지만, 너무 얽매여도 안 된다. 그냥 하나만 기억하자. 땀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잊고 있었다. 4년 전 내가 얼마나 어설펐었는지. 깡통 로봇보다 더 깡통같이 분절된 동작으로 탁구를 했었는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사람처럼 동작이 나오고 있다. 어떤 때에는 동작이 예쁘다는 칭찬을 듣기도 한다. ‘뉴턴이론’ 그런 건 모르겠고 회원의 말처럼 하나만 기억하자.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 멈추지 않고 꾸준히. 안되면 될 때까지. 내 몸이 기억할 때까지.
2024년은 청룡의 해다. 여의주를 물고 하늘로 올라가기 위해 땀 흘리는 청룡이 혹시 나 일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