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탁구 디비전 대회 첫 출전!
우리의 팀명은 ‘디비디비핑퐁’. 2명이 한 팀이다. 대한탁구협회에서 친절하게 레벨별로 T3 ~ T7로 그룹을 정해뒀다. 우리는 초보부 ‘T7’이다. 제주시에서는 10팀이 신청했다. 제주시에서 1,2,3 순위 안에 들면, 서귀포시 순위팀들과 최종 리그전을 거친다. 마지막 승자는 ‘도’ 대표팀이 되어 디비전 전국대회에 출전한다.
팀 언니와 가방을 둘러매고, 한 손에는 체력관리를 위한 먹거리를 묵직하게 들고 경기장으로 갔다. 진행요원이 나눠준 등판을 부착하고 몸풀기를 시작했다. 경기 시작 전까지 2팀은 오지 않았다. 10팀에서 8팀으로 줄었다. 이틀 동안 7팀과 경기를 치르면 된다.
경기 첫날, 첫 경기는 단식을 2번 다 이겨 쉽게 마무리됐다. 하지만 다른 두 팀과는 단식에서 1대 1이 되었고 복식까지 갔지만 졌다. 대회신청 후 호흡을 맞추기 위해 애쓰며 연습했건만, 언니와 나는 우리의 시스템을 살리지 못했다. 결국, 3경기 중 2경기를 패했다. 기권팀 덕분에 1일 차 대회는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
아쉽게 복식 두 게임을 내어준 게 마음에 걸렸다. 다음날 있을 2차전 준비를 위해 우린 바로 탁구장으로 갔다. 언니가 서브를 넣으면, 내가 공을 받아 넘겨준다. 그러면 언니가 돌아온 세 번째 공을 공격하면서 랠리를 이어가는 것이 포인트다. 그런데 언니가 수비할 때면 랠리가 이어지는데, 내가 수비를 맡으면 이상하게도 랠리가 한 번에 끝났다. 공을 막아야 하는데 팔을 몸 뒤로 빼고 있었다. 팔을 뒤로 빼는 건, 공을 막을 때가 아니라 칠 때의 동작이다. 전형적인 공격본능이다. “아! 왜 이래” 나도 모르게 탄식이 나왔다. 연습하던 고수 회원이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상대가 공격하려고 하면, 우선 수비를 준비하셔야지요. 수비자세를 취해보세요” 수비자세? 뭐 하라는 거지? 예상치 못한 질문에 나는 라켓을 세우고 옆쪽으로 팔을 뻗었다. ‘이런!’ 잠깐의 그의 표정에 탄식이 스쳤다. “수비하려면 라켓을 들고, 최대한 몸 가까이에서 공을 막아야 해요. 자세를 낮추고 라켓을 몸 가까이 둬야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잘 잡을 수 있어요. 공이 날아오면 치는 공이 아니라 막는 공이라고 생각하고 준비하세요” 언니가 공격하면 나는 라켓을 몸 앞에 두고 공이 오는 방향으로 라켓을 흔들리지 않게 잡았다. 힘센 공은 내 라켓에 부딪혀 다시 상대방 테이블로 날아갔고, 돌아오는 공을 나는 반복해서 수비했다. 천방지축으로 움직이던 내 팔이 몸 가까이 있으니 잠잠해진 듯했다.
디비전 리그 두 번째 날. 오늘 경기는 4개 팀이다. 첫날 2패를 했지만, 오늘 전승을 한다면 혹시라도 순위에 들 가능성이 있다. 첫 팀을 단식에서 모두 이겼다. 두 번째 팀과는 단식에서 1대 1, 동률이었고 복식에서 눌렀다. 문제는 세 번째 상대다. 그 팀은 두 사람 모두 엄청나게 공격적인 성향이라는 걸 잠깐 봐도 알 수 있었다. 공격 성공률은 모르겠지만 공의 파워로는 몸에 맞으면 엄청 아플 거 같았다. 상대는 약간만 공이 떠도 자세를 낮춰가며 공을 쳤다. 어떤 공은 탁구대와 상관없이 날아가기도 했지만, 날아가는 공보다 그녀의 기세가 더 높아 보였다. 낮게 공을 줄 수 없다면 수비로 랠리를 이어가야 한다.
어제 연습했던 상황 그대로였다. 고수 회원은 오늘의 상황을 미리 본 것처럼, 강한 공을 보내며 수비하는 방법을 가르쳐줬다. 수비를 위해선 자세를 낮춰 중심을 잡고 공이 오는 방향을 따라간다. 라켓을 몸 앞쪽에 가까이 두고 집중하며 타점을 맞춘다. 라켓을 지그시 잡고 날아오는 공이 스스로 상대에게 돌아가도록 한다. 글로 쓰니 이렇게 간단하다. 하지만 실전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미 공격본능 무의식이 의식을 압도해 버린 나는 상대가 계속 공격하는데도, 라켓을 뒤로 빼며 맞공격할 자세를 반복해서 취하고 있었다. 공이 제 박자에 맞을 리 없다. 내 라켓과 만나는 거 같았지만 튕겨서 날아가 버렸다. 같은 플레이로 계속 점수를 내주다 결국 졌다.
알면서도 하지 못하는 답답함을 어찌할까. 마음이 이렇게 쓰라릴 줄이야. 몸으로 반응할 만큼 연습이 필요하단 걸 알지만 속은 타들어 간다. 둘째 날 경기에 1패를 더하니, 디비전 예선전 최종 3패다. 이미 순위에서는 저만치 멀어졌다. 상대가 넘기는 공 하나만 받았어도 내게 공격의 기회가 생길 수 있었을 텐데. 어제의 수비 연습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순위 안에 들고 싶었던 우리의 소박한 소망은, 어느새 원대한 바람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디비전 리그는 조용히, 깔끔하게 마무리되었다. 분명 대회는 끝났는데, 마음은 아니었다. ‘공 하나만 넘겼다면, 공 하나만 막았더라면’. 탁구는 테이블 위를 오가는 공을 넘기지 못하면, 점수를 내주는 경기다. 공을 넘기는 방법은 공격만이 아니다. 상대의 공격을 막는 수비도, 공격만큼 중요하다. ‘치는 공’이 아니라, ‘막는 공’을 준비하는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나는 아직, 정확히 막아낸 공이 절묘하게 상대 테이블에 꽂히는 그 짜릿함을 모른다. 공격본능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수비 도파민’이 필요하다.
어째, 공 한 개만 살릴 순 없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