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살 때 한글을 뗐던, 37살의 일기
아이의 교육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는데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것은 한글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희 아이는 30개월부터 한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더니 책에 있는 글자를 자꾸 읽고 싶어 하는 게 보였어요. 그 순간 마음이 바빠져 학습지를 알아보고 상담을 가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제 어린 시절이 떠올랐어요.
세 살 때 한글을 뗀 아이
저희 엄마는 학구열이 높으셨던 것 같습니다. 어릴 때 집에 유명한 전집도 꽤나 있었고 지금도 제가 어릴 적 한글을 뗀 이야기를 하십니다. "넌 세 살 때 한글을 떼서 엄마 아빠를 놀라게 했어."
아이를 낳기 전에는 그런 제 자신에 약간 자랑스러운 마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와 생활하면서 그런 생각들은 사라지게 되었죠. 세 살 때 작은 아이가 한글을 열심히 외우는 제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습니다.
그렇게 한글을 외우다시피 한 사람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문해력은 물론이고 학습에도 흥미를 잃게 된다고 합니다.
실제로 저는 학교에서 아이큐가 가장 높아 선생님들의 관심을 받았었고 공부를 좋아했음에도 초등학교 고학년에 접어들면서, 그리고 중학교 3학년 때 다시 한번 공부에 대한 흥미를 잃기 시작해서 고등학교 때에는 공부를 가장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방송부를 핑계로 영화를 만드는 등 방송부 일에만 전념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주입식으로 끌려왔던 교육에 대한 반항이었고 감시자의 시선이었던 엄마에 대한 불만이 사춘기쯤 절정에 달했던 것 같아요.
음운론적 인식 능력은 만 4세에 급성장한다
EBS 문해력에 나오는 한 챕터입니다. 만 4세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도깨비에서 '도'소리를 빼면 무슨 소리가 남을까? 등의 문제를 내며 기초 문해력 진단평가를 했어요. 음운론적 인식 평균 점수는 46점 만점에 5.17점. 그리고 "음운론적 인식은 만 4세 때부터 급성장한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5세는 되어야 한글의 구조를 이해한다는 건데, 그럼 3살이었던 저는 제대로 이해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외웠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큰 화두로 떠오르는 문해력에서만 보더라도 좋지 않은 방법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학습지는 다 제외하고 몬테소리 센터의 선생님 방법을 곁눈질로 보고 따라 하기로 했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의 소릿값 인식, 그리고 좋아하게 된 자음을 따라 쓰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곰이라는 단어가 있다면, 그 그라는 소리를 들려주고 'ㄱ'을 함께 느껴보고 써보고 만들어보고 몸으로 표현해보는 것이지요. 'ㄱ'이 들어있는 책을 찾아 다 꺼내보기도 하합니다.
'ㄱ' 'ㄴ'만 주로 말하던 아이는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노출이 늘었는지 'ㅎ'까지 곧잘 인식합니다. 모음은 아직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지만, 자음을 했던 것처럼 하나씩 소리를 들려주고 있어요.
그리고 저는 직업상 집에서 복식호흡 연습을 꼭 하는데, 가부터 하 까지 소리를 낼 때면 아이가 "다? 다람쥐, 하? 할아버지" 이런 식으로 옆에서 추임새를 넣어주어요. 이렇게 한글 놀이를 해나가고 있습니다.
이미 글을 다 쓰고 읽는 친구들도 있던데 그때마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조급해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제가 느꼈던 3살의 고충을 아이에게 느끼지 않게 하고 싶은 마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시기가 있었기에 저는 그렇게 아이가 다양한 것을 보고 좋아하는 것 위주로 서서히 성장했으면 좋겠다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엄마는 옆에서 관심 있는 것들을 알아주고 체험하게 해 주고 최대한 책으로 함께 해주는 것. 제가 해나가고 있는 방법이 아이에게 부담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어제 아이가 관심 있어하던 것들의 관련 책을 하나 둘 찾으며 하루를 시작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