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의 놀이터 생활
요즘 같은 날씨에는 놀이터를 그냥 지나치기가 어렵습니다.
즐거운 유치원 생활 너머 고단함이 가득한데도 하원 후에 놀이터에서 한두 시간은 꼭 머무르게 되는 날씨.
저희 집은 아파트인데 저층에 놀이터 뷰 인터라 그냥 지나쳤다가는 아이의 원망을 쭉 듣게 됩니다. 해서 마음 편하게 놀이터에 갈 채비를 하고 아이를 마중합니다.
요즘은 5살 친구들 사이에 자전거 붐이 제대로 일어 모두 자전거 한 대 끌고 놀이터에서 만나는 게 암묵적 약속이 되었습니다. 서로의 자전거 색깔을 비교하고 자전거를 자랑하고 자신에게 없는 아이템을 보고 엄마에게 사달라고 말도 하는 5살 친구들을 보며 많이 컸구나 싶어 그야말로 '엄마미소'를 짓고 바라보게 됩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4살에는 함께 또 따로 놀던 친구들이, 5살이 되니 따로 또 같이 노는 모습을 자주 보여 줍니다. 그중에서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는 게 굉장히 인상 깊었던 지난주였어요.
사실 작년에 어린이집 친구 하나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빵야" 하면서 총으로 쏘는 모습을 알려 주었는지 내내 그렇게 다니는 아이를 보며 이 놀이에 부정적인 시선까지 더해지기도 했습니다. 저도 재미있게 본 작품이지만 이것이 아이들의 입에 담기니 썩 좋게 보이진 않았거든요.
단체 생활을 하면 어쩔 수 없는 건 알지만, 놀이를 조금만 더 아이들의 시선으로 지켜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었지요. 아마 저도 어릴 때 많이 했던 추억의 놀이라 더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랬던 그 놀이가 다시 본연의 색을 찾았습니다. 어린이집에 함께 다녔던 친구 네다섯이 모여 서로 술래를 하겠다고 외칩니다. 5살 친구들에겐 우선 술래가 목표입니다. 서로 술래를 하겠다며 가위바위보를 합니다. 서로 어떤 걸 내라며 알려 주기도 합니다. 아직 놀이를 잘 이해하지 못한 아이들은 돌멩이가 되어 움직이지 않고 한 자리에 가만히 멈춰 있다가 도망가기도 합니다. 움직였다고 술래가 잡을 때면 움직이지 않았다고 새끼손가락을 걸지 않을 거라며 엉엉 울기도 하고요.
이런 아이들 틈에서 엄마들은 놀이 규칙을 알려주고 도와주다 보니 놀이에 동참하게 되었어요. 모두 함께 뛰고 술래가 되어주며 우리의 추억을 담습니다. 저도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놀이터를 열심히 뛰어다녔던 지난 주였어요. 엄마들과 정말 크게 웃었고 눈빛을 더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잠을 참 푹 자기도 했습니다.
약속한 것처럼 간식을 넉넉하게 싸와서 하나씩 나눠 주러 다니느라 바쁩니다. 또래와 어울리는 건 늦은 편이었던 저희 아이도 친구들에게 무엇이라도 하나 더 주고 싶어 엄마를 불러 댑니다. 우는 동생에겐 자신의 젤리까지 탈탈 털어주고 싶은 마음에 젤리를 더 챙기지 않은 엄마를 원망하기도 하고요.
아직은 서로 고개를 돌리고 조심스럽게 간식을 먹고 얼른 마스크를 씁니다. 그 사이사이로 눈만 보며 지냈던 친구들의 코와 입을 보며 참 예쁘구나 반짝거리는구나- 하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코로나 시대는 많은 것을 앗아 갔지만 소중한 것들의 의미를 깊게 새겨주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어우러져 함께 하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건지, 그리고 나누는 것이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를 느끼며 5살의 놀이터 시간에 엄마가 더욱 깊게 스며듭니다.
어릴 때엔 동네가 함께 아이를 키웠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던 지난주 봄날, 따뜻한 이 날을 더욱 많이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