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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이 Feb 14. 2024

당신에게 1번은?

내 몸의 신호에 감사하며

 설 연휴 전에 미리 고향에 갈 티켓을 예매해 두고 좀 길게 가서 피곤할 수도 있겠구나 했었는데, 설 연휴가 있기 전주부터 몸이 심상치 않았다. 혹시나 하고 감기약을 지으러 갔다가 의사 선생님의 권유로 독감 검사를 했고, 열도 없는데 설마 하면서 검사한 결과가 B형 독감! 너무나 깜짝 놀랐다.


A형 독감을 앓기도 했고, 얼마 전에 아이의 독감도 안 옮기고 피해 갔던 터라 더 놀랐는데. 며칠 전부터 커피가 안 넘어가고 속이 더부룩했던 것들이 떠올랐다. 내 몸은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나는 몸이 보내는 신호를 잘 느끼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넘겼던 것. 그전 주에 있었던 아빠 칠순 여행도 피로감을 더했던 것 같다.


설 연휴 내내 잠과 함께


 엄마가 되고 나만을 위한 잠은 참 사치다. 잠 많은 걸로 둘째가라면 나는 엄마가 되고서는 잠을 잊고 지내려 노력했다. 그게 아쉬웠던 것처럼 일주일 동안 나의 칩거 생활을 시작됐다. 아이에게 미안한 감정을 느낄 새도 없이 잠이 쏟아졌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세 번의 수액을 맞았고 음식을 할 수도 없었다.

설음식이라고는 떡국만 겨우 끓여 먹고 아이가 그림 그리며 노는 모습을 누워서 겨우 바라만 봤다. 무기력해지는 내 모습이 싫다 마음속으로 외치면서도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렇게 10일이 흘렀고, 설이 지나고 이틀이 되어야 일을 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겼다. 내가 프리랜서 임이 감사하고 내가 한가할 때 크게 아픈 게 참 감사한 일이다.





모든 것에는 신호가 있음을.

나는 알고 있지 않았던가. 2023년 가장 못 했던 게 운동이었고, 새해가 되면서 다짐했던 것도 운동이었다. 하지만 두 글자만 적을 뿐 나의 1,2월은 그렇게 운동 한 번 제대로 못하고 흘러가고 있었다. 모든 것은 습관임을 알면서도 잠깐의 틈을 내어 계단을 오르고 요가를 하던 내 패턴을 잊었고, 마음과 몸의 건강을 챙길 틈을 만즐지 못했다.

내 몸은 신호를 줬고, 안 되겠다 싶었던지 B형 독감을 선사했다. 내 인생을 통틀어 가장 아팠던 경험이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정말 아팠고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아픔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신호를 주는 내 몸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많은 책과 강의에서 사람들은 말하고 있다. 건강을 잃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나는 그렇게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면서 왜 내 몸과 마음을 챙기지 못했는가. 2023년 내 인생책으로 꼽은 김주환 교수의 내면소통. 그 책이야 말고 몸의 건강, 운동에 대해 다루고 있는 책인데 나는 역행하며 지냈던 내 생활이 스쳐 지나갔다.


<내면소통>에서는 말하고 있다. 감정은 마음이 아니라 몸의 문제다라고. 그리고 회복탄력성이란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의지가 아니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이라고.

아픈 내 몸을 부여잡고 왜 이렇게 아플까 고민하는 게 아니라 내 몸과 마음의 소리에 반응하고 조금은 덜 아픈 방향으로 나아가게 돕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통이 찾아온다면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2024년을 보내라고 신호를 주는 것 같다.

욕심부리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가짐. 2024년의 조금은 더 성숙된 나로 거듭나기 위한 해로 방향을 잡아야겠다. 내 몸의 신호에 진심으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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