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모으기 운동

1년 기분관리 루틴

by 정지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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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시간을 보내는 작은 루틴이 있다.
P 인간치고는 제법 짜임새 있는 노하우다.

일명 별 모으기 운동이라 칭하는데…

나는 연간, 월간, 주간, 일간—
각각의 리듬에 맞춰 내 마음에 별을 하나씩 쥐어준다.

희망의 별, 사랑의 별, 행복의 별 그리고 안도의 별


희망별

연초가 되면 나는 수영복을 산다.
한겨울에 수영복이라니 뜬금없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수영복은 나에게 “올해는 꼭 물놀이 가야지”라는 다짐이 되고,
여름까지 살아갈 힘이 된다.

마음에 드는 수영복을 발견하면
“이 옷을 멋지게 소화해내고 싶다”는 의지가 덤으로 따라온다.
그 다짐은 곧 운동 등록으로 이어지고
연초 이벤트 덕분에 지갑 부담도 덜하다.

나의 한 해는 그렇게 활활 타오른다.


사랑 별

월별 별은 나를 응원하는 작은 선물이다.

나는 매달 손톱에 새로운 색을 입힌다.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
낯선 환경 앞에서 긴장도가 치솟고 마음이 깜깜하곤 했다.
그때 내 손끝에 작은 불빛처럼 색을 입혔다.

키보드를 치다 문득 손을 보면
“지금 이 기분으로 잘 살아가고 있나”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손톱이 자라날 즈음엔
“이제 또 마음을 갈아입을 때가 왔구나” 하고 느낀다.

연말이 되면 한 해를 버틴 나를 위해 화려한 디자인 네일을 선물한다.
그건 내 마음을 다독이는 의식이자 나만의 사랑 별이다.


행복 별

일주일마다 쥐어주는 별은 행복의 별.

금요일 저녁, 나는 커피 한 잔을 허락한다.

평일엔 카페인에 약해 오후 커피는 삼가지만
주말을 앞둔 금요일 밤만큼은 예외다.
따뜻한 커피와 함께 ‘길모어 걸스’를 틀면,
그 순간만큼은 온 세상이 초코빛 별처럼 느껴진다.


안도 별

하루의 마지막 별은 안도의 별이다.
뒤죽박죽 한 날에도 어김없이 쥐어준다.

샤워실에 따뜻한 물을 틀고
복숭아향 바디스크럽으로 몸을 감싼다.
향이 퍼지면 내가 복숭아인지 복숭아차인지 헷갈릴 정도다.
스크럽 알갱이가 사라질 때
마음의 거친 결도 조금씩 풀려나간다.
몸이 정리되면 마음도 자연스레 정돈된다.

그래서 뒤엉킨 생각들은

저 멀리 내일 아침으로 흘러 보낼 수 있다.

어차피 내일 밤에도

나는 또 안도의 별을 쥘 테니까.


마치 천 개의 학을 접어 소원을 비는 것처럼

나는 이렇게 1년 동안
무수한 별을 모으며 살아간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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