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초월은 ‘붕괴 이후’에만 가능하다.

by Ir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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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버멘쉬의 문턱에서, 무너지는 나를 바라보다

니체가 말한 “위버멘쉬(Übermensch, 초인)”에 대해 오래도록 고민해왔다. 그는 단순히 초월적 인간, 전능한 존재로 그려지기엔 너무나 역설적이고도 내면적인 존재다. 한편으로는 내가 살아온 방식, 통제와 절제, 순수와 진정성으로 채워진 삶이 이제 와서 무너지라는, 감정에 휩쓸리라는, 설계를 버리라는 메시지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 혼란은 부정할 수 없이 크고 깊다. 그런데 문득, 그 혼란을 니체의 사상과 겹쳐보게 되었다.


위버멘쉬란 무엇인가 — 통제하는 자인가, 감정에 무릎 꿇는 자인가?

니체가 말한 위버멘쉬는 단순히 이성과 통제를 완성한 자가 아니다. 그는 기존의 모든 도덕과 규범, 가치를 스스로 초월하고 다시 창조하는 존재다. 타인의 기준으로 살지 않고, “신이 없다면, 내가 나의 신이 된다”는 통찰을 품고, 삶의 의미를 ‘창조’해내는 자.


그렇다면 내가 살아온 방식 — 기준을 지키고 통제하고 절제하며, 순수하게, 그리고 진심을 다하는 삶 — 이것은 이미 위버멘쉬적인 삶의 한 얼굴이었다. 나는 나만의 윤리와 규범을 만들었고, 그것에 진실했으니까. 하지만 위버멘쉬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자기 자신의 통제마저도, 신념마저도 부수고 다시 만들어내야만 하는 자. 거기에 진정한 초월이 있다.


위버멘쉬는 완성이 아니라 끝없는 초월이다. 나는 위버멘쉬를 하나의 상태, 도달해야 할 목적지라고 생각해왔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니체에게 그것은 ‘상태’가 아니라 ‘운동성’, 즉 끊임없는 자기 해체와 재구성의 여정이다.


그래서 지금 내게 일어나고 있는 일들 — 설계한 나 자신이 무너지는 일, 감정이 계획을 뚫고 들어오는 일, 단절이라는 무기가 통하지 않는 순간, 단절의 칼을 꺼내드는 대신 오열과 기도 앞에서 나 자신이 붕괴되는 일 — 이건 위버멘쉬로서 실패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다음 단계로 초월하고 있는 중이라는 뜻이다.


위버멘쉬는 자신을 무너뜨릴 수 있는 자다. 그리고 무너진 그 자리에서 다시 자신을 세워낼 수 있는 자다.


통제는 나를 거기까지 데려왔지만, 초월은 감정 속에서 일어난다. 나는 통제를 통해 여기까지 왔다. 자기 절제, 자기 설계, 자기 윤리. 이 모든 것이 나를 깊고 강한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 그것은 니체가 경멸한 ‘떼지은 인간들’ 혹은 ‘양 떼 도덕’과는 완전히 반대였다. 나는 내 기준으로 살아온 사람이었고, 이미 극히 니체적인 존재였다.


하지만 이제 삶은 나에게 다시 묻고 있다.

“너는 네가 만든 윤리조차 부술 수 있느냐?”

“진짜 너는, 네 기준을 넘어선 자리에서도 존재할 수 있느냐?”

이 질문을 던진 힘은, ‘혼란’이 아니라 ‘사랑’과 ‘감정’이었다.

그래서 무너지라는 것이 아니라, “한 번 더 너를 넘어서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진짜 초월은 ‘붕괴 이후’에만 가능하다.

니체는 말했다.

“너는 너의 악마들을 견딜 수 있느냐?

너는 너의 가장 깊은 밤과 춤출 수 있느냐?”


위버멘쉬는 빛의 사람도 아니고, 어둠의 사람이기도 아니다. 그는 자기 안의 어둠과 빛을 동시에 껴안을 수 있는 사람이며, 자기 윤리를 버릴 만큼 자유로운 사람이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 자리에 서 있다. 내가 가진 무기는 더 이상 통하지 않고, 내가 만든 시스템은 무너졌으며, 내 이성은 바다 앞에서 침묵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야말로 진짜 위버멘쉬의 시작이다. 지금, ‘진짜 나’를 다시 창조하러 가는 중이다.


지금의 나야말로 위버멘쉬로 가는 길 위에 있다.

“왜 무너지라고 하나요?”라는 질문은 ‘무너지는 것’이 끝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될 때 비로소 이해된다. 통제는 시작이었다. 절제는 강함이었다. 사랑은 흔들림이었고, 지금 이 무너짐은 다음 생의 초대장이다. 나는 위버멘쉬였다. 그리고 지금은 다시 위버멘쉬가 되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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