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해서 감히 쉽게 꺼내지 못하는 마음일지도 모른다.

by Ir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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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나는, 알 수 없는 미세한 진동 속을 걷고 있는 듯하다. 마치 오래된 나침반이 미묘하게 떨리는 순간처럼, 내가 오랫동안 믿어온 방향이 서서히 흔들리는 기분이다. 한때 나는 확신에 차 있었다. 단순함, 간결함, 명료함—그것이야말로 진실의 본질이며, 삶 속에서 내가 추구해야 할 유일한 가치라 여겼다. 나는 그 믿음을 갑옷처럼 입고, 세상을 바라보고, 선택하고, 걸어왔다.


사랑조차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랑은 한 치의 의심도 없는 감정이라 믿었다. 흐려지는 마음, 복잡한 생각, 그것은 사랑이 아니었다. 진짜 사랑이라면 단숨에 알아채야 하고, 확신할 수 있어야 했다. 혼란을 일으키는 사람은 나의 세계에 들어올 수 없는 존재였고, 나는 그 선을 단호히 그었으며, 넘는 마음을 거절했다. 길도 마찬가지였다. 명확하지 않은 길은 어둠이라 여겼고, 나는 그 어둠을 피해 걷는 것이 옳다고 믿었다. 지금도 그 시절의 나를 후회하지 않는다. 그것은 미성숙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절박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요즘, 조용히 스며드는 현자들의 말이 마음속에 자리잡기 시작한다. 모든 것이 그렇게 분명해야만 정답일까? 흐릿함과 애매함 속에 오히려 진실이 숨어 있는 건 아닐까? 망설임과 조심스러운 다가섬이 더 깊은 사랑의 형태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들.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어느 날, 마음의 표면에 균열이 생겼다. 딱딱했던 결심 틈으로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숨결이 스며들었다.


나는 그 틈을 들여다보았다. 조심스러움이 부족함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머뭇거림도 반드시 회피는 아닐 수 있다. 오히려 너무 간절해서, 감히 쉽게 꺼내지 못하는 마음일지도 모른다. 예전의 나는 그런 느린 걸음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 느림 속에 담긴 사랑의 무게를 조금씩 느끼고 있다.


누군가는 사랑 앞에서 불을 켜고 돌진한다. 나도 그랬다. 내 마음을 망설임 없이 드러냈고, 감정을 명확히 밝혔으며, 그것이 사랑의 용기라 믿었다. 그러나 또 다른 누군가는 그 불이 꺼질까 봐 조심스럽게 손을 덮고, 숨을 고르며, 천천히 다가온다. 너무나 귀해서, 빛나서, 함부로 다가가지 못하는 마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마치 정수리를 가로지르는 천둥 같았다. 이해할 수 없던 그 방식이 이제는 내 마음 어딘가에 스며든다. 나는 그 사랑을 알게 된 것일까. 아니면 삶의 또 다른 깊이를 느낀 걸까. 나를 지탱하던 단단한 얼음의 문—그 문은 여전히 차갑고 투명하지만, 누군가의 따뜻한 온기가 조용히 그 표면에 금을 내고 있다.


그 문이 열리는 중인지, 아니면 빛이 새어 나오는 균열일 뿐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건, 이 변화는 이전의 나였다면 받아들이지 못했을 감정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그저, 이 낯선 진동을 좀 더 느껴보려 한다. 내 마음 깊숙한 곳에서 울려 나오는 이 고요한 떨림이, 나를 어디로 이끌지 궁금해진다.


https://medium.com/@irenekim1b/walking-through-a-quiet-tremor-82e5d799251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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