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친절을 베풀라.

by Ir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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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살아오면서 줄곧 ‘나’라는 중심을 잃지 않으려 애써왔다. 그 기준점은 타인의 시선이나 세상의 흐름이 아니라, 나 자신의 도덕성과 양심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 나는 언제나 스스로에게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었고, 단 한순간도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기를 바랐다. 마치 투명한 유리처럼, 바람 앞에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사람. 윤리와 도덕을 지키며, 흔들림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되고자 다짐했다.


그래서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먼저 좋은 감정을 품는 데 집중했다. 그리고 그 감정은 하루의 작고 선한 행동에서 비롯된다고 믿었다. 선한 사람이 되고 싶다면, 선한 감정을 키워야 하고, 그 감정은 진실된 행동 속에서 자라난다는 것을 알았다. 결국 모든 것은 내 안에서 시작되었다. 삶의 중심도, 나를 움직이는 동력도 말이다.


그러나 요즘 들어 조금씩 달라진 나를 발견한다. 나의 시선이 천천히, 아주 미세하게 바깥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낀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손을 내밀라"는 말처럼, 나의 눈길은 이제 나 외의 누군가를 향하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친절을 베풀라”는 다정한 명령은 종종 내 안의 고요한 호수를 잔잔히 흔든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친다. 나의 손길 하나,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하루를 견디게 하고, 고단한 삶에 작은 빛이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하지만 그 지점에서 또 다른 질문이 떠오른다. 과연, 나는 진심으로 이 행동을 하고 있는 걸까? 혹시 내 마음 어딘가에는 ‘좋은 사람이고 싶은 욕망’이 숨어 있는 건 아닐까? 누군가를 돕고 있다는 자의식이 내 무의식 깊은 곳에서 조용히 나를 조종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이런 물음은 나를 주춤하게 하고, 가끔은 멈춰 서게 만든다.


나는 정말 순수한가? 아니면 순수를 가장하고 있는 것인가?


그럴 때면 나는 나지막이 스스로에게 말한다. “너무 깊이 파고들지 말자. 오늘 하루, 그저 좋은 행동을 해보자. 의도가 완전히 투명하지 않더라도, 마음 한켠에 사심이 있더라도, 그것이 너를 전부 어둡게 만들진 않을 테니까. 오늘 하루만이라도 친절해보자. 계속하다 보면 언젠가 알게 되겠지. 무엇이 진짜였는지.”


이렇듯 나는 지금도 나를 수행하는 길 위에 서 있다. 겉으로는 성공과 부유함을 좇는 사람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 길의 출발점은 나의 내면 깊은 곳,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갈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나는 아직 완전히 순수하지 않다. 그러나 진심으로 원한다. 매일 조금씩 더 정직해지고, 더 따뜻해지고, 결국엔 진정한 선의로 살아가는 사람이 되기를.


그 여정은 더디고, 불완전하며, 때로는 흔들릴 것이다. 그러나 나는 믿는다. 오늘 하루의 작은 선의가, 언젠가 완전한 순수로 향하는 하나의 걸음이 되어줄 것임을.


https://medium.com/@irenekim1b/walking-the-gentle-path-a-reflection-on-purity-and-kindness-a81503678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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