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면 더 좋겠다'는 희망을 품고 있었던것 같다.

by Ir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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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

그 단어는 늘 '혼자'일 때만 허락되는 것이라 여겨왔다. 조용한 방 안, 닫힌 문 너머로부터 단절된 채,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 그 침묵 속에서야 비로소 고요는 찾아온다고 믿었다. 그러나 어느 날 현자는 내게 뜻밖의 이야기를 건넸다. "고요란, 타인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오."


처음엔 이해되지 않았다. 고요와 타인이라니, 모순처럼 느껴졌다. 나에게 고요는 혼자 있을 때 찾아오는 선물이었다. 세상의 소음을 밀어내고, 내면의 속삭임에 귀 기울이기 위해 나는 늘 혼자만의 시간을 갈망해왔다. 그 시간들이 모두 헛된 것이었단 말인가?


하지만 현자는 이어 말했다. "혼자만을 위한 지식, 천재성, 부, 권력… 아무리 빛난다 해도, 그것은 고요의 일면일 뿐. 그 안에는 놓치고 있는 무언가가 있소. 그리고 그 결핍은 언젠가 깊숙이 스며들어 올 것이오."


나는 '혼자도 괜찮다'고 믿었다. 그리고 '둘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솔직히 들여다보면, 나는 '둘이어서 괜찮으면 더 좋겠다'는 희망을 품고 있었던 것 같다.


혼자인 삶은 분명 편리했다. 시간은 온전히 내 것이었고, 에너지도 내 방식대로 조율할 수 있었으며, 더 많은 것을 해낼 수 있었다. 반면, 함께하는 삶은 제약을 낳는다. 속도가 느려지고, 자유가 줄어든다.


그러나 그 제한 속에서 오히려 더 풍요로운 감정이 자란다고 그는 말했다. 마치 혼자일 때는 볼 수 없던 색이, 관계라는 빛을 받아 처음으로 드러나는 것처럼.


지금 내가 느끼는 이 낯선 감정은 불안정일까, 아니면 건강한 관계가 선사하는 작은 불편함일까? 어쩌면 나는 이제, 차단 속의 평온에서 벗어나 연결 속의 평온을 배우는 중일지도 모른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어렴풋한 감각은 있다. 나는 지금,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시간이 지나면, 이 감정의 윤곽도 또렷해지겠지. 마치 안개가 걷히듯이.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https://medium.com/@irenekim1b/stillness-544291788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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